모기는 사람 피를 빨아먹고 말라리아 황열 뇌염 등 치명적 질병을 일으킨다. 성가실 뿐만 아니라 백해무익하기에 모두 없애버리는 게 낫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유전공학을 이용해 모기 박멸 가능성을 확인한 과학자들이 있다.

21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생명과학부 연구팀은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모기의 불임을 유도하고, 불임 모기와의 세대별 교미를 통해 모기를 박멸시켰다는 논문을 지난해 11월 ‘네이처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었다.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은 모기 불임을 유도할 때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RISPR)-카스(CAS)9’을 썼다. 생식능력을 부여하는 특정 유전물질을 이 유전자가위로 잘라버린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전자가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독보적인 크리스퍼-카스9 기술을 갖고 있는 코넥스 상장업체 툴젠이 지난 19일 바이오업체인 제넥신에 흡수합병됐다. 툴젠은 유전자가위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인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의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다.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DNA 일부 ‘싹둑’ 잘라

유전자가위는 DNA 특정 부위를 자르는 일종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1953년 DNA의 이중나선구조 발견 이후 유전자 재조합, 유전자 서열 분석 및 증폭, 인간게놈 프로젝트 등으로 이어진 바이오공학 가운데서 최신 기술로 평가받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DNA의 30억 염기쌍 가운데 일부(타깃)를 절단해 형질을 바꾼다.

2000년대 처음 등장한 1세대 유전자가위는 ‘ZFN’이다. 타깃으로 안내하는 ‘아연집게 단백질’에 가위 역할을 하는 핵산분해효소(뉴클레아제)를 결합해 만들었다. 2세대인 ‘탈렌’을 넘어 현재 각광받고 있는 것은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카스9이다. 세대가 높아질수록 자르는 효율과 정교함이 높아진다.

크리스퍼-카스9은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9’에 ‘가이드RNA’를 붙인 것이다. RNA는 DNA의 다양한 복사본인데, 가이드RNA는 ‘정밀유도시스템’과 같이 카스9이 어디를 자를지 안내해준다. 카스 단백질은 카스9, 카스12, 카스13, 카스14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카스 종류에 따라 가이드RNA 성질을 바꿔야 하고, 이에 따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타깃도 달라진다. 크리스퍼는 ‘앞뒤 서열이 같은 유전물질 군집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줄임말이다.
모기 불임시켜 박멸하는 '유전자 가위'…생태계 교란 '바이오 무기' 우려도
3세대 유전자가위로 모기 박멸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은 300마리의 정상 암컷 모기와 150마리의 정상 수컷 모기, 그리고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로 불임처리한 암컷 모기 150마리를 폐쇄된 공간에 넣고 세대를 거쳐 연구를 했다. 자식은 부계, 모계로부터 각각 유전자를 받기 때문에 불임처리된 암컷 모기와 정상 수컷 모기 사이 태어난 모기는 불임이 된다.

연구팀은 여러 조건에서 확인 결과 7~11세대가 지나면 600마리로부터 시작된 ‘모기 가계’가 모두 멸종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특정 시점이 되면 모두 불임이 되면서 후손 생성이 중단된 것이다.

통제된 실험실이 아니라 자연환경에서도 ‘불임 공학’을 통한 박멸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내성을 가진 개체가 등장하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장은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가위로 불임을 만들면 해당 자손은 이론적으로 모두 불임이 된다”며 “특정 종을 말살시킬 ‘바이오 무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윤리상 큰 이슈”라고 말했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장(왼쪽)이 연구원들과 실험 결과를 토론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장(왼쪽)이 연구원들과 실험 결과를 토론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기술적 한계 극복해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로 4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식적으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곤충)’이 모기다. 모기 박멸은 인간에겐 축복이 될 수 있지만 자연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모기를 먹이로 하는 여러 생물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가위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여러 질병에 저항성을 갖는 가축이나 특정 기능성을 증폭시킨 슈퍼작물(GMO)을 만들 수도 있다. 인간의 경우 질병 가족력이 있다면 해당 타깃을 잘라 후대로의 열성 형질 대물림을 차단할 수도 있다. 마켓리서치엔진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7600억원에서 2022년 2조67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아직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먼저 타깃 유전자가 제대로 잘라지는지가 변수다. 특정 유전자가 절단될 경우 의도치 않게 다른 엉뚱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돼지열병 등을 막으려다 다른 질병에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