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에 1000억 투자한 네이버, 합작사업 1년 성적표는 '초라'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 네이버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YG엔터와 네이버가 손 잡고 야심차게 출시한 음원 플랫폼 '바이브(VIBE)'는 출시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YG엔터가 마약·성접대 스캔들로 물의를 빚는 상황에서 협력사업 성과마저 부진하게 나타나자 네이버의 투자 판단을 질책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시장조사기관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바이브의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1.8%에 그쳤다. 카카오가 운영 중인 1위 업체 멜론(44.9%)은 물론이고 KT의 지니뮤직(22.3%), SK텔레콤 플로(17.3%)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바이브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반 음원 플랫폼이다. 네이버가 YG엔터의 자회사 YG플러스와 협력해 지난해 6월 출시했다. YG플러스가 바이브 음원 콘텐츠 공급, 서비스 운영, 정산 등을 맡았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와 초대형 연예기획사 YG엔터가 손을 맞잡자 출시 초기 바이브에 거는 시장의 기대는 높았다. 탄탄한 이용자층을 기반으로 음원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음원 시장에서는 네이버도, YG엔터도 힘을 쓰지 못했다.

도리어 바이브는 네이버가 기존에 운영하던 음원 플랫폼 '네이버뮤직'의 힘을 빌리는 처지가 됐다. 네이버는 현재 네이버뮤직과 바이브의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1월부터 네이버뮤직 이용권 신규 판매를 중단했고, 4월부터는 네이버뮤직과 바이브 간 교차 사용이 중단됐다. 연말까지 단계별로 서비스를 통합해 모든 음원 콘텐츠를 바이브에서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네이버는 "다변화하는 음악 청취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를 일원화한다"고 설명했지만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두 서비스를 합쳐도 네이버의 음원 시장 점유율은 약 10% 남짓. 통합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 대비 거둬들이는 성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멜론·지니 등 시장 상위 업체들도 AI 기반 음악 추천 서비스를 이미 제공 중이다. 바이브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면 네이버뮤직과 통합해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YG는 마약 스캔들로 불매 운동마저 벌어지고 있어 여러모로 성장에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7년 3월 YG엔터와 YG인베스트먼트 펀드에 500억씩 1000억원을 투자한 네이버의 장밋빛 기대는 투자 결정 2년이 경과한 지금 독이 돼 돌아왔다. 투자처이자 동업자인 YG엔터는 '버닝썬 게이트'를 시작으로 마약·성접대·탈세 등 각종 사회적 물의를 빚으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악화일로인 상황에 네이버와 YG엔터와의 관계를 밝혀달라는 글도 여럿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록됐다. 누리꾼들은 "네이버가 YG엔터에 1000억원을 투자한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YG 스캔들도 네이버 주가가 타격을 입고 있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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