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네이버 노사 협상 속 등장한 이해진
네이버 "서비스 철학 이야기 하자는 것" 해명

토론회 중 노사 갈등 이야기 나올 가능성 농후
창업자와 노조 대화 이례적…이해진 해법 주목
[이슈+] 이해진 등판 임박…네이버 '노사 갈등' 접점 찾나

“이해진이 응답하라.”

네이버(110,500 +0.45%) 노조가 외치는 피켓 구호다. 이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답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호칭이 붙는 이 GIO가 공개토론을 역제안한 것이다. 기업 창업자가 노조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 이 GIO가 노사 갈등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 GIO는 1일 사내 게시판에서 “이런 문제에 내 개인적인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고 나에게 어떤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피켓으로 나오라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웠다”며 “그런데 이렇게 선배님이라 불러주니 기쁘게 용기내서 대화할 수 있을 듯하다”고 글을 올렸다.

정작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관계자는 “(노사 문제와는) 무관하고 회사의 창업자로서 회사의 후배들과 회사 서비스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사 문제로 사내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일부 직원들이 ‘이해진 선배님’이 답할 것을 요구하면서 나온 응답이기에 노사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네이버의 노사 갈등은 3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1층 농성장을 마련했다. 국내 IT 업계 중 네이버만 유일하게 단체협약 교섭을 하지 못했다. 게임업계인 넥슨, 스마일게이트에 이어 지난달 30일 카카오(123,000 +0.82%) 노사도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네이버 노사는 126개 단체협약 합의 조항 중 회사 안으로 합의한 54건, 절충 합의한 10건, 노조 안으로 합의한 29건을 제외한 33건의 미합의 조항이 남아 있다.

미합의 조항에는 리프레시 개선안, 배우자 출산전후 유급 휴가, 객관적인 인센티브 지급근거 설명, 휴식권 보장(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금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임금체계 개편, 남성출산휴가 확대 등 주요 조항 등이 포함됐다.

이 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항은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다. 협정근로자는 쟁위 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를 말한다.

네이버 노사는 지난 5일 오후 2시부터 새벽까지 계속됐던 15차 교섭에서도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네이버 노조는 협정근로자와 유사한 ‘비상시협력’ 조항을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제시한 비상시 협력은 ▲쟁의행위 중이라도 천재지변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시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재해복구와 재산·인명 보호 활동 및 그 유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 ▲조합은 쟁의행위 중이라도 회사의 중대한 재해(1등급 장애)가 발생했을 시 회사가 요청할 경우 비상업무수행 협조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지난 5일 노사 교섭 결과에 대해 “(협정근로자를 포함해) 여러 가지 협상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며 “계속 조율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정리가 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5일 이후로 여전히 노조와 계속해서 협의 중이다”고 짧게 말했다.

이에 이 GIO가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 갈등을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특히 이 GIO가 생중계 토론을 제안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 GIO의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의 창업자가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서는 것도 처음이다.

이 GIO와 노조의 대화는 12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 GIO의 의지만 피력됐을 뿐, 날짜나 형식 등 생중계 토론회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이 GIO가 사내 게시판에 “나는 직원 편이기도 하고 주주 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주는 사용자 편”이라고 말한 만큼, 협정근로자 지정을 두고 노조와 대립각을 세울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토론회와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