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위해선 범정부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4차 산업혁명과 제약산업의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는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신속한 인허가를 하는 등 발전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신약 개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의 활성화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원 회장은 “AI 신약 개발을 위해선 사람, 돈, 빅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 기업들도 AI 신약 개발을 위한 규제 개혁에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조해 범정부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규제 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내부 토론, 시민 단체와의 열린 토론을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빅데이터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활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 회장은 “개인정보 중에서도 비식별 정보는 연구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많은 대화와 실질적인 증거를 갖고 접근한다면 설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철휘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부센터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약에 대해선 임상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며 “새로운 치료법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배려해 정부가 빠르게 승인해주고 이를 통해 시장이 성장한다”고 말했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AI 신약 개발이 기존 100년의 제약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규제 철폐를 논할 것이 아니라 규제 과학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규제 당국이 규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자금이 움직이고 다국적 기업들이 기술을 산다”며 “대한민국도 이에 대한 준비를 잘 한다면 좋은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