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닥 시장과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을 억제하고 코스닥에 활력을 더하겠다는 정부 기조도 무색해졌다.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으로 코스닥 지수는 지난 3일 697.50으로 장을 마쳤다. 그나마 전날 대비 1.03포인트 상승했지만 5개월 동안의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2017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코스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날 2067.85로 장을 마감하며 올해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역시 2017년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스피가 추가 하락한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셀트리온 등 간판주에 대한 공매도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TB투자증권은 “환율 급등이 맞물려 외인의 순매도 전환이 이뤄졌다”며 “외인의 코스닥 시장 이탈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지수 하락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미중 무역분쟁 직격탄을 맞은 증권가에 비해 암호화폐 시장은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다. 올 들어 회복세로 전환한 비트코인 가격은 1000만까지 올라섰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들 역시 바닥을 다지고 상승 전환한 모양새다.

암호화폐 가격이 뛰자 정부는 우려를 표했다.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회의를 열어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대폭 변동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경고장을 날렸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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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의 코스닥과 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암호화폐 시장을 억제하고 코스닥 시장 변동성을 높여 투자자를 유입시키는 골자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조성 △시장 자율성 제고 △상장요건 완화 △크라우드펀딩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는 정부가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적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암호화폐를 강력 규제하면서 영향력을 잃다시피 했고, 따라서 지금 한국 정부의 조치나 발언은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8년 1월에는 한국 시장이 세계 시장의 암호화폐 가격을 결정했다. 그렇기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이 글로벌 시장을 냉각시키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2018년 한 해 동안 블록체인 기업은 법인 계좌를 발급받지 못했고 해외 송금 등도 금지됐다. 암호화폐 개인투자자의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역시 대부분 막혔다”며 “그러면서 한국 시장의 영향력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제 시장에 영향력을 갖는 주체는 미국 정부와 기업,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일본 정부 등으로 재편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정체되고 알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알트코인 랠리’ 조짐이 보인다. 투기성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라면서도 “종전이라면 정부가 개입해 이를 억제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실상 미·일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므로 한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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