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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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받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기업들이 앞장섰다. 수수료가 저렴한 데다 시시각각 바뀌는 비트코인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옵션이 나왔기 때문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1000만원을 돌파한 주요 원인으로 기업들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결제 옵션 채택이 꼽힌다. 스타벅스·배스킨라빈스·게임스톱 등 미국의 대표적 기업들부터 일본 라쿠텐, 영국 여행사 코퍼레이트 트러블러 등이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사 AT&T가 최근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AT&T 가입자 약 1억5000만명이 누구나 비트코인으로 통신요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됐다.

AT&T는 비트페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트페이는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암호화폐 결제서비스 기업. 고객이 비트코인으로 결제 요청을 하는 즉시 비트페이가 중간에서 이를 달러나 유로화 등으로 환전해 결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가맹점은 결제대금을 법정화폐로 받는다. 소비자가 비트코인으로 결제해도 가격 변동 리스크를 지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초 단위 이내로 진행되는 결제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비트코인 시세 변동은 가맹점 대신 비트페이가 리스크를 감수한다. 대신 비트페이가 수수료 1%를 가져간다. 몇 초 사이에 비트코인 시세가 1% 이상 널뛰기하는 경우는 드물어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다.
비트페이가 비트코인 결제를 처리해주는 절차(사진=비트페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비트페이가 비트코인 결제를 처리해주는 절차(사진=비트페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수수료율 1%는 미국에서 신용카드 결제시 가맹점이 부담하는 실제 수수료가 3%대임을 감안할 때 암호화폐 결제 도입의 중요 포인트다. 기업 입장에선 비트코인 결제 전환으로 수수료 지출을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AT&T의 지난해 매출 약 1775억달러(약 211조원)를 기준으로 암호화폐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1%늘어날 때마다 연간 422억원의 수수료 절감이 가능하단 계산이 나온다. AT&T뿐 아니라 스타벅스 등도 암호화폐 결제 앱 스페든과 손잡고 유사한 형태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한다.

이점은 또 있다. 결제 즉시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정산 과정 소요로 인해 실제로 가맹점 수중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매출 발생 후 4~9영업일 뒤다. 반면 암호화폐 결제는 속성상 지불이 완료되면 곧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현금 흐름이 막히는 일을 최소화해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도용·도난이 쉬운 신용카드와 비교해 비교적 사기를 당할 위험이 적다는 점, 사용자 편의성을 증대시키면서 업계 내에서 선도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소매 기업들이 잇따라 비트페이·스페든 같은 암호화폐 결제기업과 손잡고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한 이유다.

암호화폐 결제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거나 기존 금융산업 틀을 무너뜨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는 암호화폐 사용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암호화폐 결제서비스를 준비하는 만큼 대중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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