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게임 중독 질병 분류…"과학적 근거 부족 vs 효과적 치료 위한 판단"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게임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보건복지부가 WHO의 개정안을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게임에 부정적인 의학계가 이득을 위해 게임 중독 질병 등재를 추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의학계는 근거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28일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체부가 WHO의 게임 중독 질병 등재에 반대하면서 문체부와 복지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체부와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를 위한 판단이라는 복지부가 맞서고 있다.

WHO의 결정은 194개 회원국이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학계가 게임을 도박, 알코올,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동안 의학계는 술과 마약 등 섭취 행위만을 질병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행위 중독도 질병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외부 물질이 아닌 이용자 행위도 과하면 질병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학계는 게임 중독이 정확히 병명(病名)으로 확정되면 치료와 통계, 예방책 마련 등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강조한다. 통계가 쌓이면서 병의 기준과 원인, 유발 증상 등이 구체화되면 효과적이고 정확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의학계의 논리다.

게임업계와 문체부의 생각은 다르다. 게임 중독을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낙인찍기는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의학계가 무리하게 게임 중독의 질병화를 추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WHO의 국제질병분류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게임은 사행산업으로 분류되고 게임업체들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라 연매출의 0.35%를 중독예방치유부담금으로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복지부는 "게임중독세 논의를 하진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나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될 확률은 높다.

2013년 게임을 알코올, 마약, 도박과 동일하게 규정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개정안(4대 중독법)'이 발의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법안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중독정신의학회의 숙원사업으로 불릴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게임업계가 WHO 게임 중독 질병화 등재의 배후로 의학계를 의심하는 이유다.

WHO에 대한 문체부의 이의 제기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 회원국 관련 부처가 이의를 제기한 경우가 없을 뿐더러, 거부한다고 해도 이미 결정된 안이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의학계가 문체부의 이의 제기를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한 정치 행위로 보는 배경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중독은 돈이 된다. WHO의 게임 중독 질병 등재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복지부와 일부 의사들"이라며 "WHO 개정안의 국내 도입을 총력을 다해 저지할 계획이다. 섣부른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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