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출 꿈꾸는 한국 바이오 기업…특허 소송 대비하고 관련 자료 모아놔야"
“제약바이오산업에서 특허 관리는 사업 전략의 중요 요소입니다. 미국에 진출하려면 특허 소송에 들어갈 채비를 미리 하는 게 좋습니다.”

마이클 모린 레이텀&왓킨스 IP(지식재산권)부문 글로벌 공동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여의도동 레이텀&왓킨스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의 제약바이오 특허 소송 현황을 전했다. 세계적인 로펌 중 하나인 레이텀&왓킨스의 IP부문에는 의학, 생물학, 화학 등 박사 학위를 받은 변호사 20여 명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 모린 대표는 미국 퍼듀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조지워싱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5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간 제약바이오 특허 소송을 맡아 존슨앤드존슨, 애브비, 애보트 등 다국적 제약사를 법정에서 대리했다.

모린 대표는 제약바이오 특허 소송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5년 변호사가 됐을 때 미국에서 출시된 항체치료제는 2개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80여 개에 달한다”며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법적 분쟁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2016년 이후 미국에서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 사이에 발생한 특허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지난해 소송 건수는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모린 대표는 미국에서의 특허 소송의 가장 큰 특징으로 배심원제를 꼽았다. 그는 “제약바이오 특허 소송은 매우 복잡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배심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사안을 설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해를 돕기 위해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특허 소송을 할 때 회사가 증거개시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거개시는 소송 당사자인 양측이 서로에게 소송에 필요한 증거자료를 요구하거나 관계자를 불러 심문하는 절차다. 모린 대표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이 미국에서는 굉장히 길고 복잡하다”며 “큰 재판의 경우 검토해야 할 자료가 수백만 장에 달하기도 한다”고 했다.

기업이 내부 자료를 충실히 정리하는 작업도 항상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송에서 상대방에게 자기 자료를 숨길 기회는 거의 없다”며 “관련 자료를 의도적으로 폐기한 것이 밝혀지면 재판에서 상당히 불리해진다”고 지적했다.

모린 대표는 최근 많은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관련 소송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 약은 대부분 미국 회사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허 침해 이슈가 생기면 소송에 들어가기까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곤란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 자사의 특허가 가진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타사가 어떻게 공격해올지 로펌 자문을 통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