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성 대표 "난 뼛속까지 한국인…韓 과학계와 시너지 낼 것"
“저는 미국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뼛속까지 한국인, LG인, 제노스코인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과학 커뮤니티와 교류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습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바이오벤처 제노스코의 고종성 대표(62·사진)는 국내 신약 개발 1세대다. 1990년대 LG화학에 입사해 신약 개발을 주도한 그는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가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의 신약 개발 역량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한국과의 교류 의지를 이같이 밝혔다.

고 대표는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생물유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LG화학에 입사해 2006년 신약연구소장을 지냈다. 당시 개발을 이끈 신약이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다. LG화학이 9년 동안의 연구 끝에 2012년 개발한 제미글로는 지난해 매출 800억원을 돌파한 대표적 국산 신약이다.

그는 박사 학위를 취득해 대학교수가 되려는 일반적인 유학생들의 경로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처음부터 신약 개발과 창업의 꿈을 품고 있었다. 2007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항암연구개발단장을 맡았지만 혁신적인 사고로 빠르게 움직이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다. 결국 단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2008년 보스턴으로 건너가 제노스코를 창업했다.

“한국에서 대기업에 근무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글로벌 신약 개발의 중심지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2003년 인간 유전자 해독이 시작되면서 바이오 연구가 비약적인 성장을 시작했죠.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기엔 보스턴이 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고 대표가 제노스코를 창업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다. 사업을 하기엔 악재였지만 좋은 인재들과 시설을 수월하게 확보할 기회라는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제노스코는 오랜 연구 끝에 모회사인 오스코텍과 함께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다. 비소세포폐암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돌연변이로 발병하는데, 흡연과 무관하다. 폐암의 85%가 비소세포암이며 이 중 43%가 EGFR 돌연변이일 정도로 이 질병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레이저티닙을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총 계약 규모가 12억5500만달러(약 2조원)인 초대형 계약이었다. 레이저티닙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고 대표는 제노스코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류머티즘관절염, 혈소판 감소증을 치료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코스닥시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5년 뒤 성공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지금 집중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해 기업공개(IPO)를 결정했다”며 “제노스코가 코스닥 상장사로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면 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