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최근 헌법재판소에 ICO는 범죄라는 답변서 제출
ICO 부정적 평가 위해 사실관계 다른 서술도.
국내 업계 "발전의 선순환 정부가 끊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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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다시 한 번 가상화폐(암호화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암호화폐 공개(ICO) 전면 금지는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앞서 블록체인 스타트업 프레스토는 지난해 "정부가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고 1년 넘게 법률이나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금융위는 답변서에서 "가상통화(암호화폐)는 아무런 본질적 가치가 없는 온라인상 문자증표에 불과하다. ICO는 사회적 해악을 크게 야기하는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기나 기타 범죄행위, 자금세탁, 해킹 등 가상통화 거래에 따른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CO에 대해서도 "흔히 비교되는 기업공개(IPO)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엄격한 요건이 요구되며 투자자 보호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반면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않고 투자자 보호 절차도 없는 ICO를 제도화하면 국민들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프레스토는 ICO 플랫폼 개발업체다. 금융위는 ICO 금지 조치가 헌법으로 보호되는 프레스토의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다. 사회적 해악을 크게 야기하는 ICO 자체가 헌법이 보호하는 직업의 자유 영역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를 들었다. 심지어 성매매 알선행위에 비유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다른 나라들도 ICO에 부정적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미국은 증권법으로 대다수 ICO를 규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은 ICO를 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스위스 등도 내국인 대상 ICO는 엄격히 규제한다"며 해당국들에서 사실상 ICO가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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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융위 설명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미국은 증권 성격을 가진 암호화폐에 증권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법규 내에서 ICO를 하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당 법률을 적용하는 게 ICO 금지나 억제를 위한 조치라는 금융위의 관점과는 다르다.

해당 금융위 논리대로라면 우리 정부가 은행법으로 모든 은행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 역시 은행의 사회적 해악이 커 퇴출하려는 의중으로 풀이할 수 있단 얘기다.

EU, 영국, 일본 등에서 ICO를 금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EU 27개 회원국과 ICO와 암호화폐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영국금융청은 올 여름까지 암호화폐 관련 규제 체계를 설계해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에 속하는 몰타는 글로벌 암호화폐 허브로 떠올랐다.

싱가포르와 스위스 등이 내국인 대상 ICO를 엄격히 규제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국현 업비트 싱가포르 법인 대표는 "ICO에 있어 내국인과 외국인을 다르게 대하진 않는다. 규정은 엄격하지만 이를 지킨다면 ICO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는 헌재에 사실관계를 '왜곡'한 답변을 제출하면서까지 암호화폐를 금기시하는 금융위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기업 코인플러그의 어준선 대표는 정부 정책 기조에 암호화폐는 물론 국내 블록체인 산업까지 사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 대표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활용한 디지털 자산(암호화폐) 시장에서 시작됐다. 가장 발달된 부분을 못하게 만드니 발전의 선순환이 차단됐다"면서 "기술(블록체인)은 인정하면서도 그 위에서 작동하는 서비스(암호화폐)는 제약한다. 그렇게 할 거면 '규제 샌드박스'는 왜 만들었느냐"고 지적했다.

어 대표는 또 "블록체인 기업들은 은행계좌가 막혀있다. 기업 자금 역할을 하는 암호화폐도 막으면 블록체인 기업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겠는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확보했다는 블록체인 예산 140억원으로 과연 기업을 몇 개나 유지할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올해 말에서 내년 사이에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용한 서비스들을 선보일 텐데 정부에 발목 잡힌 한국 기업들은 뒤쳐지게 됐다"며 "정부가 마냥 안 된다고만 하기 전에 업계와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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