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안트로젠 투자해 30배로 회수
美·캐나다서도 40배 넘는 수익
치약 팔던 부광약품 '바이오 투자 귀재' 된 비결

치약 팔던 부광약품 '바이오 투자 귀재' 된 비결

잇몸 치약 ‘시린메드’로 잘 알려진 부광약품은 요즘 제약업계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고 있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 투자로 약 1400억원을 벌어들이면서다. 국내 대형 제약사인 유한양행, 한독, 일동제약 등도 바이오 분야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부광약품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만 계산했을 때 부광약품은 75억원으로 1385억원을 벌어 18배 넘는 차익을 남겼다. 국내 제약사 중 단연 최고 투자수익률이다. 내세울 만한 신약도, 히트 제품도 없는 중소 제약사가 ‘투자의 신’으로 등극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치약 팔던 부광약품 '바이오 투자 귀재' 된 비결

한 번의 성공이 만든 선순환 구조

부광약품은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35위 제약사다. 연 매출이 2000억원에 못 미친다. 연구원은 40명도 안 된다. 이 작은 회사가 1년치 매출과 맞먹는 투자 수익을 올린 비결은 첫째 ‘오픈 이노베이션’에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끌어들이는 개방형 혁신으로, 제약업계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부광약품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철저한 아웃소싱에 기반한다.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할 회사와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면밀히 검토할 것 같지만 정반대다.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은 외부에 과감히 맡긴다.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는 “될성부른 바이오 벤처를 어떻게 판별하느냐고 묻는데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다”며 “다만 ‘모든 것을 다 하지 않는다’, ‘기본부터 시작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초기 리서치 단계부터 참여하지만 기본적인 검토만 한다. 가능성이 보이면 컨설팅회사나 외부 연구소에 용역을 준다. 적은 인원으로 수백 개 기업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안다고 하더라도 시장성과 성공 여부는 별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년간 쌓인 투자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에서야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부광약품은 10년 전부터 바이오 투자로 내공을 쌓았다. 국내 제약사 중 오픈 이노베이션의 원조다. 부광약품은 이성구 전 대표가 2000년 설립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안트로젠에 투자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39억원을 투자해 774억원을 회수했다. 안트로젠 지분 7%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5억원으로 30배 이상 수익을 냈다. 국내뿐만 아니다. 미국 LSK바이오파마의 후보물질 ‘리보세라닙’과 캐나다 오르카파마에 각각 10만달러와 80만달러를 투자해 40배 이상 이익을 남겼다.

이런 사례들은 해외에선 ‘듣보잡’ 제약사였던 부광약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부광약품에 좋은 투자 제안서를 내밀기 시작했고 바이오 벤처들도 부광약품의 투자를 반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결국 사람에 투자하는 게 비결

부광약품이 투자할 회사의 파이프라인보다 더 까다롭게 따지는 게 있다. 사람이다. 유 대표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 반드시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난다. 최고경영자가 바람직한 비전이 있는지,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외부 투자뿐만 아니라 사내 투자에서도 사람을 최우선시한다.

부광약품이 2016년 5월 세운 가상회사(virtual company) 다이나세라퓨틱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무실도 직원도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설립된 회사로 프로젝트에 따라 임직원들이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전립선암 치료제 ‘SOL-804’ 개발에 3명이 관여하고 있다. 성공하면 독립회사로 분사하는데 임직원에게는 스톡옵션이 부여된다. 유 대표는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고 성과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열정적으로 일한다”며 “사내 분위기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자체 연구개발은 하지 않고 남의 과실만 훔쳐먹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신약 개발에 뛰어들기보다 유망 파이프라인에 투자해 R&D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은 중소 제약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부광약품은 올해부터 한 단계 진화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 얻은 투자 수익을 국내 바이오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투자하기 위한 펀드 형태의 시스템을 갖추려고 한다”며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기술 도입(라이선스 인)과 공동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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