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원료의약품의 유럽연합(EU) 수출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4개월 이상 단축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이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일곱 번째 EU 화이트 리스트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EU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되면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서면확인서를 면제받을 수 있다. EU는 원료의약품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2013년 7월부터 제조원에 대한 수출국 정부의 인증서를 첨부하도록 의무화하는 서면확인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유럽에 수출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실태 조사를 받은 뒤 EU GMP와 동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서류를 받으려면 최소 120일의 검토 기간이 필요하고 준비 작업까지 감안하면 1년가량 걸린다.

EU, 한국 의약품 서류심사 면제…수출 쉬워진다
식약처는 이 같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2015년 1월 EU 화이트 리스트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고 전담 대응팀을 꾸렸다. 현장 평가와 평가단 면담 등 심사 절차를 거쳐 4년여 만에 최종 화이트 리스트 국가로 선정됐다. 국내 제약사들은 허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신인도가 높아지고 국내 제약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트 리스트 등재 국가는 스위스 호주 일본 미국 이스라엘 브라질 등 총 6개국이다. 이 중 EU와 상호협약을 맺지 않고 직접 GMP 실사를 통해 등재받은 국가는 브라질과 한국뿐이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국내 원료의약품 GMP 운영체계와 국내 제약사의 원료의약품 품질이 EU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제약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임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원료의약품의 유럽 수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제네릭(복제약) 시장 규모가 큰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이나 최근 의약품 분야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베트남 등 아세안 시장 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유럽은 미국 다음으로 의약품 시장 규모가 큰 세계 2위 시장으로 국내 의약품 수출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EU는 의료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제네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릭 원료의약품 생산 업체에 수출 확대의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이번 화이트 리스트 등재는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의약품 수출을 위해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각종 국제 협의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