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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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경쟁해서 소비자가 혜택보면 좋은거 아닌가요."
"백화점에서 세일 하는 것도 규제할 건가요?"


LG V50 씽큐 대란을 겪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쓴소리다.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불법보조금 대란을 겪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이나 집단상가 등을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이 살포됐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LG V50 씽큐가 출시된 10일부터 60만원이 넘는 불법 보조금이 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해 전날 단말기 관련 통신사 임원을 불러 시장 과열 현상에 대해 경고하고 안정화를 당부했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제정됐다. 취지는 지원금에 상한을 설정해 과도한 지원금 경쟁이 아니라 통신요금을 인하하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 경쟁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즉, 단말기 지원금이 차별적이고 불투명하게 지급되면서 만들어진 혼탁한 통신시장 유통 구조를 개선하자는 게 목적이다.

당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단통법을 제안하면서 "단말기 보조금은 기본적으로 모든 이용자의 요금 수익을 바탕으로 재원이 마련되나 보조금 지급이 일부 이용자(번호이동 중심)에게 집중되면서 소비자간 후생 배분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V50 씽큐 불법보조금 대란 사태를 계기로 일부 소비자들은 단통법을 차라리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5G 스마트폰 시장 과열을 진화하고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단통법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불법보조금을 근절하기 위해 단통법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만 '불법적 혜택'을 보고 있는 데다 단통법 이전에 받았던 지원금보다 더 적은 지원금을 받고 있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부담이 오히려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차별적인 단말기 지원금이 계속 지급되다보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V50 '빵'(단말기 값이 0원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은어)못타면 호갱되겠다", "V50 빵집 좌표 찍어달라", "V50 대란 끝물인가요", "빵까지도 안바라고 한자리대라도 사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등의 게시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LG V50을 사전예약해서 산 한 소비자는 "사전예약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며 "인터넷을 보니 공짜로 샀다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돈까지 받아가면서 샀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제 값을 주고 스마트폰을 산 내가 바보같아 보인다"고 푸념했다.

5G 스마트폰을 살 예정인 B씨는 "정보를 알아내서 싸게 사는 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지원금 상한선을 정해놓은 뒤로 오히려 단말기만 비싸게 사고, 불법 보조금으로 싸게 산 사람들과 단통법 규정 내에서 단말기를 산 사람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같아 5G 폰을 사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심정이다"고 털어놨다.

스마트폰 구매와 관련한 글이 올라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같은 글이 종종 보인다. 한 네티즌은 "단통법 폐지하고 통신비 부담 덜어준다던 정부가 소비자 유치 경쟁에 간섭해서 대기업을 걱정해준다"고 꼬집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비판받을 사항도 있지만, 시장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부분도 있기 때문에 전면 폐지가 아닌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가 요금제에 대한 지원금 확대, 지원금 공시의 투명성 확대, 선택약정요금할인제 도입 등이 단통법의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소비자가 싸게 사는 것이 좋긴 하지만, 현재 구조는 일부 소비자만 싸게 살 수 있도록 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장점이 있는 단통법을 폐지하기 보다는 단통법의 문제점을 제대로 개선하려는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