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풍기 판매량이 올해 17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다만 매출은 25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 예상된다.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선풍기 판매량이 올해 17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다만 매출은 25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 예상된다.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선풍기 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각축장에 해외 기업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들고 합류하면서부터다. 이들 제품은 한 대당 50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지만 매년 5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선풍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7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선풍기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170만대가 전망된다. 보급률이 99%에 육박하면서 2010년 이후 판매량은 연간 150만~170만대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 선풍기 매출은 25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2200억원)보다 15% 가량 성장한 수치다. 교체 수요를 제외하면 별다른 성장 요소가 없지만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선풍기는 대표적인 계절 가전으로 기후에 영향을 받지만 판매량은 꾸준하다. 대신 가격이 낮아 이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 특히 값싼 중국산 제품들의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업체들은 선풍기 개발에 소극적이다. 대부분의 선풍기가 비슷한 기능과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갖게 된 이유다. 선풍기에 대한 인식은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전달하는 보완재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외 기업들이 날개, 성능, 디자인을 개선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으면서 선풍기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5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에 지갑을 열면서 선풍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영국 다이슨과 일본 발뮤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모터를 회전시켜 바람을 앞으로 밀어내는 선풍기의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모터의 종류, 날개 모양, 개수 등에 변화를 줬다. 바람의 질(質)과 특성을 바꾼 것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선풍기 스탠드에 날개를 숨겨 바람을 일으킨다. 보이지 않는 7개의 날개가 만든 바람을 모터가 밀어내면서 거부감 없는 부드러운 바람이 특징이다.

발뮤다 '그린팬S'는 기존 선풍기와 동일한 형태지만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선풍기의 애플'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게다가 세밀한 풍속조절이 가능한 BLDC(Brushless DC) 모터에 14엽 날개의 2중 팬을 탑재해 부드러운 바람을 멀리까지 내보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이런 제품들은 주로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나 싱글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세련된 디자인과 차별화된 성능에 대한 선호가 높아서다.

다만 디자인과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지적도 있다. 발뮤다 그린팬S의 출고가는 54만9000원으로 기존 선풍기보다 5~10배 정도 비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선풍기 시장 역시 프리미엄과 저가로 양분되고 있다. 저가는 중국 업체가, 고가는 일본·유럽 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선풍기도 50만원에 팔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업체간 프리미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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