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인프라 낙후돼 블록체인 차별성↑
가상화폐 규제 구축하며 육성 의지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에 이어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동남아 시장 진출 러시다. 동남아 시장에서의 '블록체인 서비스 차별성' 확보가 손쉬운 편이고 현지 정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데다 관련 규제가 정립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로 나가고 있다. 라인, 코인원트랜스퍼, 페이프로토콜, TTC, 엠블, 마이크레딧체인, 레밋, 페이게이트 등 다수 프로젝트가 현지에 진출했거나 진출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들이 동남아 국가로 확장에 나선 이유는 현지 국가의 낙후된 금융 서비스 덕분이다. 업비트 싱가포르 관계자는 “한국에서야 블록체인 서비스의 차별성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동남아에서는 ‘감탄사가 나오는 혁신’”이라고 표현했다.

국가별 편차는 있지만 업계는 동남아 국가들의 신용카드 보급률 10% 이하, 은행 계좌 보유율 30% 이내로 추산한다. 수수료율도 높다. 이동춘 페이코인 페이사업본부장은 “결제서비스가 성숙하지 않은 곳들이라 유통망에서 가져가는 수수료가 25% 내외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송금도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동남아 국가들은 가족 중 일부가 싱가포르, 한국 등에서 돈을 벌어 현지로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필리핀의 경우 해외 근로자가 고국으로 송금하는 돈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

지금은 송금의 상당 비율을 인편에 의존하고 있다. 가령 지역 내에서 송금할 경우 송금업자에게 현금을 주고 업자가 도서 지역까지 다니며 이 돈을 전해주는 식.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송금액의 10% 정도를 업자가 떼어간다.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우려까지 있다.
코인원트랜스퍼의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크로스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필리핀, 네팔, 중국 송금을 지원한다.

코인원트랜스퍼의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크로스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필리핀, 네팔, 중국 송금을 지원한다.

블록체인 기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면 송금 시간은 10분 이내, 수수료는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에서 동남아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인도네시아 42%, 필리핀 55%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을 보유해 관련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할 환경도 어느정도 갖춰진 셈이다.

현지 국가들 태도 역시 전향적이다. 싱가포르는 물론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포지티브·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합법과 불법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했다. 미래금융, 해외송금 간편화, 과세 포착 등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현재의 화폐가 등장한 것은 고작 300년 전”이라며 “암호화폐는 아직 화폐가 아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역시 “암호화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쫓아야 하는 신기술”이라고 했다. 태국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은 관련 법안 마련이 늦어지자 직접 블록체인 산업을 장려하는 칙령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기존 인프라가 낙후됐지만 신기술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해 발전 잠재력이 높다”며 “암호화폐 산업 규제도 대부분 확립됐다. 비가시적 규제가 발목을 잡는 한국 상황과는 대조적이라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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