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업체들이 초고가 TV로 눈을 돌리고 있다. 초고가 TV는 그동안 기술을 과시하는 목적으로 활용됐지만, 초대형·초고화질로 TV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8000만원 정도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98인치 QLED 8K TV.
글로벌 TV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업체들이 초고가 TV로 눈을 돌리고 있다. 초고가 TV는 그동안 기술을 과시하는 목적으로 활용됐지만, 초대형·초고화질로 TV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8000만원 정도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98인치 QLED 8K TV.
TV 한 대 가격이 8000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TV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LG전자, 일본 소니의 경쟁이 치열하다. TV 트렌드가 초대형·초고화질로 옮겨가면서 초고가 TV는 기술 과시에서 벗어나 정체기에 빠진 TV 시장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98인치 QLED 8K TV를 5월 글로벌 출시한다. 가격은 6만9999달러로 8000만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LG전자는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 올레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을 하반기 내놓는다. 가격은 5000~8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소니도 마찬가지. 소니는 삼성전자와 같이 LCD 기반 98인치 8K TV(모델명 Z9G)를 하반기 내놓는다. 가격은 7만달러(약 8100만원)로 예상된다.

초고가 TV는 2010년대 초반에도 있긴 했다. PDP가 LCD로 넘어가는 2012년 업체들은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1억원이 넘는 100인치대 TV를 선보였다. 삼성·LG전자의 110인치 LCD TV는 1억2000만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용도로 개발된 건 아니었다. 주문 제작 형식으로 구입할 수는 있었지만 전시용에 가까웠다. 연간 판매량도 100대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업체들이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양산형 제품을 내놓으면서 초고가 TV 시장이 열렸다. 초대형·초고화질 트렌드에 힘입어 업체들은 언제든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1위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98인치 QLED 8K TV의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가격은 8000만원 정도가 유력하다.

LG전자의 롤러블 올레드 TV는 5000만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망에 따라 8000만원에 근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LG 롤러블 올레드 TV 크기는 65인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단순히 크기가 크고 해상도가 좋은 경쟁 제품과 달리 새로운 폼팩터를 적용하면서 초프리미엄 수요를 개척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같은 프리미엄 전략이지만 삼성전자와 차별화된다.

소니의 전략은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98인치 8K TV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소니의 초고가 TV는 2020년 도쿄올림픽과도 맞닿아있다. 세계 최초 8K 방송을 구현할 최적의 디바이스로 98인치 8K TV를 제시하는 것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정체되면서 업체들이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는 75인치 이상 프리미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초고가 TV는 브랜드 효과를 극대화해 한 단계 낮은 다른 제품 판매(낙수효과)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장사"라 설명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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