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슈퍼 항생제 복제약 美 수출길 열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서 합성의약품까지 전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에이즈 치료제 ‘테믹시스’에 이어 결핵 치료제 ‘리네졸리드’로 두 번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다. 셀트리온은 올해 10여 종의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하고 내년에는 30종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합성의약품은 바이오시밀러보다 개발이 쉬운 만큼 다양한 제품군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7000억원 규모 슈퍼항생제 시장 공략

셀트리온은 지난 26일 FDA로부터 제네릭 ‘CT-G1’(성분명 리네졸리드)의 미국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CT-G1은 화이자가 개발한 슈퍼항생제 ‘자이복스’를 복제한 약이다. 2세대 옥사졸리디논 계열의 다제내성 항생제로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와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 등 다양한 그람양성균에 의한 감염을 치료한다.

셀트리온이 첫 번째 합성의약품 프로젝트로 리네졸리드를 택한 것은 세계적으로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리네졸리드는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다제내성결핵 치료 가이드라인에 필수 치료제로 등재돼 국제기구의 조달 물량이 매년 세 배 증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CT-G1으로 세계 7000억원 규모의 리네졸리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영국에서 승인을 받았고 유럽 5개국에서도 기술심사를 마치고 허가를 앞두고 있다. 전체 리네졸리드 시장에서 미국이 약 6%,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주요 5개국이 약 36%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 조달 시장도 공략한다. 2월 WHO로부터 국제조달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았고 유엔프로젝트조달기구(UNOPS) 산하 스톱TB파트너십과도 논의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약 360만 정의 리네졸리드를 셀트리온제약 청주공장에서 생산하고 2020년까지 생산 규모를 매년 두 배씩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셀트리온, 슈퍼 항생제 복제약 美 수출길 열다
2020년까지 합성약 30종 대거 투입

제약업계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글로벌 합성의약품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은 2015년 연 100억 정 규모의 화학의약품 생산공장을 충북 청주에 준공하고 셀트리온제약 산하 화학연구소를 통해 지난 3년간 시장 규모와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제네릭을 개발해왔다.

리네졸리드는 프로젝트명에서 알 수 있듯 글로벌 합성의약품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은 ‘CT-P’로 표기하고, 합성의약품은 ‘CT-G’로 프로젝트명을 붙이고 있다. FDA 허가는 두 번째 프로젝트였던 테믹시스가 앞섰다. 테믹시스는 GSK의 ‘제픽스’(라미부딘)와 길리어드의 ‘비리어드’(테노포비어) 성분을 더한 개량 신약이다.

셀트리온은 합성의약품 중에서도 결핵과 에이즈 등 항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에이즈 치료제 3종을, 내년 에이즈 2제 복합제 2종을 추가로 출시한다.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로, 시장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고 블록버스터 신약의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다. 리네졸리드는 2015년 특허가 만료됐지만 정당 가격이 180달러에 달한다. 에이즈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환자가 많지만 약값이 비싸 처방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항바이러스 치료제 외에도 셀트리온은 지난해 9월 심혈관질환 신약의 임상1상을 시작했고, 이달부터 비후성심근증 치료제의 임상1상에도 들어간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합성의약품은 생산 원가가 낮아 대량 생산으로 저렴한 복제약을 공급할 수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