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시장에서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고 있는 우경식 엠블 대표
동남아 시장에서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고 있는 우경식 엠블 대표
지난 2월 국내 택시업계가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를 "불법 렌터카·대리기사 호출 서비스"라며 고발했다. 이달 초 택시 기사가 타다 기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타다는 무고죄와 업무방해죄로 맞고소를 검토 중이다. 택시와 승차공유 업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선 똑같은 이름의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배척과 환영의 한 끝 차이를 우경식 엠블 대표(사진)는 "블록체인을 통한 제로 수수료"라고 설명했다.

엠블은 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에서 라이드헤일링(ride-hailing: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택시를 직접 불러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교통수단) 서비스 '타다'를 운영한다. VCNC가 운영하는 국내 '타다'와 업체명, 사업모델이 같지만 그 외엔 관련이 없다.

2만명 넘는 타다 기사를 보유했음에도 지난해 싱가포르 택시기사 4000여명이 타다 서비스에 합류했다. 베트남 3위 택시업체 비나택시도 엠블과 협업을 시작했다. 헤일링 기사와 택시 기사를 원하는 대로 골라 호출할 수 있다.

현지 택시업계가 타다와 손을 잡은 것은 제로 수수료 때문이다. 우버와 경쟁하던 동남아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이 승자가 되자 소비자가 부담하는 승차공유·차량호출 비용과 기사가 내는 수수료가 올랐다. 그랩은 기사가 버는 수익의 약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대표는 "쉽게 못 믿는 분들이 많지만 타다의 기본 콘센트는 제로 수수료다. 기사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전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니 택시업계와의 대화가 쉽게 풀렸다"고 귀띔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영역이 법적으로 구분되고, 캄보디아의 경우 택시를 모바일 앱이나 전화로만 부르는 문화여서 타다 기사와 싸우는 경우도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승차공유업체 타다의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승차공유업체 타다의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제로 수수료는 자체 블록체인 엠블(MVL)로 가능했다. 우 대표는 "중개자를 없애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수수료는 간편결제사가 부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수수료도 고객 비용도 늘리지 않으면서 간편결제사의 수익을 일부 나누는 것으로 이익을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간편결제사 입장은 어떨까. 0%대인 타다 수수료는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동남아는 알리페이, 페이 애니원 등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간편결제사들은 시장점유율과 사용처 확대를 위해 타다 같은 서비스와 제휴를 희망하는 상황. 자신들의 앱으로 타다를 결제하면 요금 할인 또는 기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의 프로모션을 한다.

아직은 적자지만 우 대표는 전망이 밝다고 했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를 합쳐 하루 콜이 8000건 이상 발생하면 간편결제사에서 받는 비용으로도 흑자전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기사들의 주행·수리 등 데이터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악사, 피티아이 등 보험사와 협력해 차량보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도 있다.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표는 "국내에서도 제로 수수료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도할 계획"이라며 “공유승차와 택시 일방이 사라져야 한다는 흑백논리 대신 각각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브랜드명이 겹치는 VCNC의 타다와도 협업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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