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송 취하 전격 합의
애플, 퀄컴서 5G칩 받기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관람객들이 5세대(5G) 이동통신용 칩을 홍보하는 퀄컴 전시관을 찾아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관람객들이 5세대(5G) 이동통신용 칩을 홍보하는 퀄컴 전시관을 찾아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애플과 퀄컴이 최대 27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하는 특허권 소송을 끝내기로 16일(현지시간) 전격 합의했다. 퀄컴은 애플에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칩을 공급하기로 해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간 5G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애플과 퀄컴은 이날 각각 내놓은 성명에서 “두 회사는 세계 각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모든 소송을 일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로열티 등을 두고 법정 다툼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이다.

미국 최대 스마트폰기업 애플과 세계 이동통신 특허 최다 보유업체 퀄컴은 로열티 지급 방식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애플은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했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퀄컴은 로열티 지급을 보류한 애플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두 회사는 2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에 합의했다. 애플은 퀄컴에 일회성 로열티를 지급하고, 퀄컴은 5G용을 비롯한 모뎀칩을 애플에 다시 공급하기로 했다. 로열티 금액과 칩 공급 기간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은 지금까지 5G 모뎀칩을 공급받지 못해 5G용 아이폰을 내놓지 못했다.

퀄컴 주가는 이날 23.2%(13.27달러) 뛰어오른 70.4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퀄컴 '30兆 특허전쟁' 끝냈다

삼성에 선수 빼앗긴 애플…퀄컴칩 받아 '5G 아이폰' 서두른다

“퀄컴의 승리다.”

애플과 퀄컴이 270억달러(약 30조원)에 이르는 ‘세기의 특허 전쟁’ 종료에 전격 합의하자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애플이 백기를 든 이유는 5세대(5G) 스마트폰 경쟁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를 내놨다. 퀄컴과 소송 중이던 애플은 인텔에서 5G 모뎀칩(통신칩)을 공급받아 5G 모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텔의 칩 공급이 늦어져 5G폰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관람객들이 5세대(5G) 이동통신용 칩을 홍보하는 퀄컴 전시관을 찾아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관람객들이 5세대(5G) 이동통신용 칩을 홍보하는 퀄컴 전시관을 찾아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5G 경쟁 도태 위기에 백기

애플은 2017년 1월 “퀄컴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료를 부과했다”며 퀄컴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핵심 쟁점은 퀄컴의 ‘특허료 산정 방식’이었다. 퀄컴은 스마트폰 제조사에 칩 도매 공급가의 약 5%를 특허료로 요구해 왔다.

애플은 이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모뎀칩만 공급하고 있어 이에 대해서만 특허료를 부과해야 하는데 아이폰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특허료를 부과함에 따라 디스플레이 센서 등 애플이 개발한 혁신에 대해서도 특허료를 가져가고 있다”고 했다.

퀄컴은 “모뎀칩 없이는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료를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아울러 “애플이 특허료 지급 계약을 위반했다”며 애플을 상대로 70억달러(약 7조9400억원) 규모의 맞소송을 제기했다.

기세등등하던 애플이 항복한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 5G 모델을 내놓으려면 5G 통신망과 통신하며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5G 모뎀칩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5G 모뎀칩을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화웨이 퀄컴뿐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경쟁사이자 각각 한국 중국 업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소송을 취하하고 자국 기업인 퀄컴과 손잡는 전략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5G 모뎀칩 공급을 요청했으나 삼성전자가 물량 부족을 이유로 거절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화웨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보안 우려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과 중국 간 5G 기술패권 전쟁이 이번 소송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애플과 퀄컴이 합의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국정 슬로건 아래 5G를 핵심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최근 “5G는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주다. 다른 나라가 앞서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폰 5G 모델, 2020년께 나올 듯

퀄컴과의 소송 때문에 애플은 최신 아이폰인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에 인텔의 모뎀칩을 적용했다. 자체 모뎀칩 개발을 시작했지만 5G 모뎀칩은 인텔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인텔의 5G 모뎀칩 개발 시점이 목표한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애플은 5G 스마트폰 출시가 삼성전자보다 2년이나 늦어지게 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퀄컴과의 극적 합의로 애플이 2020년 아이폰 5G 모델을 내놓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4세대(LTE) 이동통신이 도입됐을 때도 통신망이 안정된 이후 LTE폰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5G 스마트폰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만큼 올가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선한결/전설리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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