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과 애플이 특허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16일(현지시간) 인텔은 5세대(5G) 모뎀칩(통신칩) 사업을 접겠다고 밝혔다. 애플이 퀄컴과 손잡기로 하면서 5G 모뎀칩의 주요 판매처를 잃은 데 따른 결정이란 분석이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2020년 5G 모뎀칩을 출시하기로 했으나 5G 모뎀칩 사업에서 수익성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4세대(LTE) 모뎀칩 사업, 5G 모뎀칩을 제외한 5G 사업은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텔로서는 “계륵을 떼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G 모뎀칩 주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한다. 판로를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퀄컴은 애플과 손을 잡았다. 인텔이 5G 모뎀칩을 내놓더라도 판매처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경쟁사에 비해 개발 일정도 한참 뒤처졌다. 인텔은 앞서 LTE 모뎀칩 시장에도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어려움을 겪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퀄컴과 애플의 합의는 이번 결정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판로를 잃은 인텔로서는 난감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화웨이도 애플에 5G 모뎀칩을 공급할 수 없게 됐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 15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에 5G 모뎀칩을 판매할 의향을 내비쳤다. 그는 “애플에 5G 모뎀칩을 판매할 수 있다. 화웨이는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웨이의 5G 모뎀칩 공급은 애초부터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보안 문제로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배제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이 가능한 기능이 숨겨져 있고, 화웨이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