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만들어 주는 약, 부작용 무섭네
최근 밀수입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불법 판매한 전직 보디빌더 일당이 입건됐습니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을 통해 보디빌딩 선수, 헬스장 트레이너를 상대로 약 3년간 수십억원 상당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판매했는데요. 전문의약품을 공급받기 위해 의약품 도매상 영업 허가를 받고 가상화폐나 현금으로만 거래해 단속망을 피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하네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 증강 효과가 있어 운동선수들이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입니다. 198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이 3일 만에 금메달을 박탈당한 것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때문이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아나볼릭 안드로게닉 스테로이드(AAS)인데요. 짓는다는 의미의 ‘아나볼릭’과 남성적이라는 뜻의 ‘안드로게닉’이 더해진 것을 보면 남성적 특성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구조를 변형시켜 근육을 키우는 효과를 배가한 것인데요. 이 호르몬을 맞으면 세포 내 단백 합성을 촉진해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가져옵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원래 고환이 발달하지 않아 테스토스테론이 나오지 않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에이즈나 심한 화상, 신부전증 등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저체중이 오거나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었죠. 그런데 단기간에 근육량을 늘려주는 효과가 알려지면서 ‘건강한’ 운동선수들이 암암리에 맞기 시작했습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맞은 선수들은 육상, 수영 등 근력이 필요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죠. 결국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부터 금지 약물이 됐는데요. 형평성 문제도 있었지만 부작용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불임, 성기능 장애, 탈모, 여드름, 분노조절 장애 등 부작용을 초래하는 약물입니다. 남성은 체내에 정상적으로 생성되던 남성 호르몬이 줄면서 고환 위축, 무정자증, 발기부전, 여성형 유방화, 불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자들은 무월경, 성대 발달 등 남성화 증상이 나타나죠. 청소년이 이 스테로이드를 맞으면 성장판이 일찍 닫히게 됩니다. 간 기능에도 이상이 생겨 황달, 간암에 걸릴 수 있고 피부 조직이 괴사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근경색, 뇌졸중,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몸짱' 만들어 주는 약, 부작용 무섭네
올초 보디빌더 출신 유튜버가 스테로이드 오남용 실태를 고발하면서 ‘약투’ 바람을 일으켰는데요. 쉽게 근육을 만들기 위해 약물 유혹에 빠져서도 안되겠지만 SNS나 인터넷 등 확인되지 않은 경로로 전문의약품을 구입해선 안됩니다.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