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오토바이 뒤쪽에 설치된 배달통에 디지털 광고를 붙이는 사업을 하고 있는 뉴코애드윈드의 장민우 대표(사진)는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00대만 만들어서 1년간 시험해라. 문제가 없으면 규제 완화를 검토할 테니 규제 샌드박스에 순순히 응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장 대표는 과기정통부의 요청에 답하는 대신 한국경제신문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공무원의 말 한마디로 합법과 불법이 결정되는 나라에선 사업을 하고 싶다 않다”는 게 그가 털어놓은 속내였다.

“말 바꾸는 공무원에게 지쳤다”

"규제 샌드박스, 공무원이 임의로 합법·불법 결정"
평범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었던 뉴코애드윈드가 유명해진 것은 지난달 6일 열린 ‘제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였다. 회의 직후 과기정통부는 배달통을 활용한 오토바이 광고 서비스를 다음 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과 자동차 관리법 위반인 만큼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었다.

장 대표는 정부 발표 직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정부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 내가 사전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와 보류 판단이 내려졌다”며 자신의 상황을 언론에 직접 설명했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정부를 비판했다. 규제 샌드박스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뉴코애드윈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배경이다.

장 대표는 “사전회의가 열린 지난 2월20일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담당자들이 해온 첫 제안은 ‘오토바이 10대’였다”고 설명했다. 그와 민간 심의위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10대’는 ‘100대’로 바뀌었다. 장 대표는 이 대목에서 설득을 중단했다. “한국에서 사업을 했다가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설명이었다.

정부가 지난 3일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장 대표의 주장은 그대로다. 그는 “제품 개발에 이미 15억원이 들었고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5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며 “100대로 1년을 버티라는 것은 사업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주문 잇따라”

장 대표는 공무원들의 태도에서 절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가 사전 심의위원회에서 “위원님은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하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사업성을 봐야 하는데 저라면 안 하죠”였다. “해외에 허가 사례가 없다”는 지적에 “미국과 캐나다, 유럽은 물론 가까운 중국에도 선례가 있다”고 답하자 다른 말을 꺼내며 설명을 가로막기도 했다.

과기정통부가 심의 보류 이유를 발표할 때 “디지털 광고가 뒤차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발표한 대목도 석연찮다는 설명이다. 오토바이 배달통에 상호와 전화번호를 넣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장 대표는 “동네 피자집과 중국집이 수십 년간 법을 어겨도 단속이 없다”며 “1960년대에 만들어진 옥외광고법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지적했다.

규제 샌드박스의 피해자가 자신만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같은 날 심의를 받은 해상 인명 구조용 조끼(스타코프)도 ‘60개 한정’ 판정을 받아 사업 진행이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공무원이 임의로 합법과 불법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뉴코애드윈드는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배달통 광고에 대한 규제가 없는 데다 수요도 상당해서다. 장 대표는 “파나마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북미와 남미를 합쳐 1억2000만달러(약 1373억원)의 가계약을 성사시켰다”며 “한국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지만 장 대표의 요구사항이 계속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고 서약한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하고 있는 점도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형석/김남영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