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일반 중형택시 호출하는
'우버택시'로 카카오와 정면승부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도
맛집 특화…1년새 6배나 성장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잇단 구설에 시달리다 2017년 회사를 떠났다. 그의 후임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이어받은 다라 코스로샤히는 고위 임원들에게 ‘우버가 꼭 공략해야 할 시장’으로 몇 곳을 콕 찍었다.

그중 하나가 한국이었다. 정보기술(IT) 기반이 잘 갖춰졌고 소득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좁은 서울 땅에 1000만 명 넘는 인구가 밀집해 교통과 관련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매일 쏟아낸다는 점을 오히려 더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세계 최대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술 회사인 우버가 한국을 ‘매력적인 실험장’으로 평가했다는 얘기다.

우버는 2013년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X’로 서울에 진출했다가 불법 판정을 받고 2015년 중단했다. 이후 고급 택시 ‘우버블랙’, 맛집 배달 ‘우버이츠’ 등 파괴력이 크지 않은 사업만 벌이며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우버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한국지사에 교통사업 전담 임원과 정책·대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올 들어 그 결과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버는 지난 2일 서울 전역에서 일반 중형택시를 부를 수 있는 ‘우버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코리아 제공

우버는 지난 2일 서울 전역에서 일반 중형택시를 부를 수 있는 ‘우버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코리아 제공

택시호출 시장에서 카카오와 맞대결

우버는 지난 2일 일반 중형 택시를 호출하는 ‘우버택시’ 서비스를 서울 전역에서 시작했다. 카카오의 ‘카카오T(옛 카카오택시)’와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우버 측은 “우버의 다른 서비스에서 제공하던 편리한 기능들을 일반 택시에 그대로 적용했다”며 “운전자 신원을 확인하는 얼굴인식 기능 등 혁신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버택시는 ‘승차거부 원천 차단’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승객이 우버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택시를 부르면 가까운 차량이 자동 배차된다. 기사는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확인하거나 골라 태울 수 없다. 배차가 이뤄지면 승객은 기사의 이름, 사진, 차종 정보는 물론 다른 승객들이 평가한 별점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달 말까지 횟수 제한 없이 택시요금을 20~50% 할인해주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서 우버의 승차공유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람들의 ‘호감도’가 높은 만큼 카카오T 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버는 올 2월 택시업체 KST모빌리티와 손잡고 외국인 관광객 전용 택시인 ‘인터내셔널 택시’ 호출 기능도 추가했다. 기존 택시업계와 대립을 피하고 적극 협력함으로써 국내 교통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맛집 배달 주문은 1년 새 6배 성장

CEO가 콕 찍어 '한국 공략' 지시했다는데…우버 움직임 심상찮다

우버가 2017년 국내에 선보인 맛집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버이츠는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해 배달전문 대행업체가 아니라 일반인이 배달을 맡아 수익을 나눠 갖는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에 비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감각적인 메뉴에 특화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우버이츠는 지난해 초만 해도 서울 강남·관악·이태원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 10여 개 구와 인천 송도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우버 측은 “주문량이 1년 전과 비교해 여섯 배 이상 증가했다”며 “메뉴와 배달 지역을 적극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앱 주문만 받아 배달하는 가상식당(virtual restaurant)과 여러 자영업자가 조리시설을 함께 사용해 임차료 부담을 낮추는 공유주방(shared kitchen)도 국내에 본격 도입할 방침이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우버가 가장 대중적인 모빌리티 서비스인 택시 호출로 이용자 기반을 넓히면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등 후속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가치를 1200억달러(약 136조원)로 평가받고 있는 우버는 조만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다.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진출국과 사업 영역을 꾸준히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토종 모빌리티 업체들 바짝 긴장

IT업계에서는 국내 모빌리티산업이 택시업계 반발과 규제에 막혀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우버와 같은 해외 업체들이 밀고 들어오면 무방비 상태로 잠식당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버택시의 운영 방식이 카카오T와 다르고 진출 시기도 늦어 점유율을 단숨에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우버가 한국에서 택시만 목표로 사업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2009년 설립된 우버는 스마트폰 앱 기반의 승차공유 서비스로 출발했다. 최근에는 화물 운송 서비스 ‘우버 프레이트’, 항공 택시 ‘우버 에어’는 물론 드론을 활용한 음식 배달 등 각종 모빌리티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우버가 준비 중인 ‘미래 신사업’이 금방 서울에 들어오긴 힘들어 보인다. 이 회사는 우버X의 뼈아픈 철수 이후 “한국에서 규제 논란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업은 손대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강남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해온 출퇴근 전용 카풀 서비스 ‘우버쉐어’는 이달 초 중단했다. 한 카풀업체 관계자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에 따라 카풀 규제가 사실상 강화됐기 때문에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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