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암 세포를 굶겨 죽이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 간암 세포의 식량에 해당하는 아미노산인 아르지닌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정원 서울대 약학과 교수, 최선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아르지닌의 이동을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 간암 세포는 아르지닌을 스스로 생성하지 못해 외부에서 이를 보충한다. 아르지닌 분해 효소를 통해 아르지닌을 분해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내성이 생기는 등 여러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아르지닌을 분해하는 대신 움직임을 막는 방법을 택했다. 아르지닌의 이동에 필요한 ‘TM4SF5’라는 막단백질을 억제하는 화합물을 투여했다. 그 결과 간암 세포 증식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던 리소좀 내부의 아르지닌 감지 센서를 살핀 연구”라며 “아르지닌의 이동을 방해하면 간암 세포가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진행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세포대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셀 메타볼리즘’에 연구 성과가 소개됐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