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판호 열려도 어렵다"…자국 게임시장 장악한 中
"기대하지 마세요. 판호 열려도 대박칠 가능성 낮습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9일 외산 게임 30종에 대한 자국 시장 영업 허가권(판호·版號)을 발급했다. 13개월 만이다. 국내 업체와 관련된 게임 2종이 포함되면서 국산 게임의 판호 발급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판호 발급을 속단할 수 없을 뿐더러 판호 발급과 무관하게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중국 시장에서 기존 양산형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로는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중국은 2017년 2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한국 게임의 자국 진출을 철저히 제한하면서 2년간 중국에 출시된 국산 게임은 한 건도 없었다.

이번 판호 발급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30종의 외산 게임에 판호를 발급했는데 국산 게임은 포함되지 않았다. 2017년 11월 펍지가 텐센트와 중국 서비스 계약을 맺은 '배틀그라운드'가 기대를 모았지만 명단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이다.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의 지난해 매출은 38조8700억원으로 전체 게임시장(152조4000억원)의 25%를 견인했다.

국내 게임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막대하다. 국내 게임의 연간 수출액은 3조6000억원 정도인데 40%에 해당하는 1조5000억원이 중국에서 나온다. 전체 매출로 따져도 23%를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상반기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펄어비스·웹젠·넷마블·NHN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관련 게임주가 갑자기 상승한 것도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게임 업체의 판호가 풀렸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고,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국내 판호가 나왔다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판호 발급이 재개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명성을 누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업체들의 판호가 열린다 하더라도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약화될 것"이라며 "판호보다 중요한 건 장르 주도권"이라고 말했다.

제대로된 현지화 전략만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 게임문화와 사용자 기호 등에 최적화된 맞춤형 게임 개발 및 이를 위한 중국인 게임 개발자 고용, 현지 게임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방식으로는 물량을 앞세우는 중국 업체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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