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펄어비스

8년 만에 게임업계 톱4 등극
혁신기술로 다작보다 대작 승부
올 상반기 차세대 게임 엔진 개발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 장악해 온 게임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신성(新星)이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으로 널리 알려진 펄어비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7.8% 뛴 1669억원을 기록해 3N에 이어 업계 4위를 꿰찼다. 2010년 창업한 지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펄어비스는 2014년 PC용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에 이어 지난해 스마트폰용 ‘검은사막 모바일’, 올 들어선 콘솔용 ‘검은사막 엑스박스 원 버전’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주목받는 게임 개발회사로 떠올랐다.

12개 언어로 세계 150여 개국에 선보인 검은사막은 누적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0년 동안 자체 개발한 지식재산권(IP)을 해외에서 성공시킨 국내 게임업체가 드물다는 점에서 펄어비스의 성장세는 더욱 눈길을 끈다.

개발자 출신 창업자의 ‘기술 DNA’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펄어비스 경쟁력의 원천으로 ‘자체 게임 엔진’을 꼽는다. 많은 게임회사가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해외 상용 게임 엔진을 가져다 쓰는 것과 정반대다.

펄어비스 창업자인 김대일 이사회 의장은 ‘R2’ ‘C9’ 등의 게임을 제작한 유명 개발자 출신이다. 그는 “최대한 오랫동안 개발자로 남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해 왔다. 3년 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의장을 맡은 것도 “개발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장은 펄어비스의 차세대 게임 엔진과 신작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현업에서 뛰고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김 의장은 2017년 12월 게임업계 경영자 최초로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IP의 힘’ 입증한 검은사막

2014년 12월 국내에 출시된 검은사막은 일본, 러시아, 북미, 유럽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대만, 터키, 중동, 태국, 동남아시아로 진출국을 넓혀 인기 MMORPG로 자리매김했다. 게임업계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꼽히던 펄어비스는 2017년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18년 2월에는 검은사막 모바일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에 올랐다. 같은 해 8월부터는 대만, 홍콩, 마카오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국내외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펄어비스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404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 2월에는 세계 2위 게임시장인 일본에도 검은사막 모바일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에 많은 한국산 게임이 문을 두드렸지만 ‘반짝 흥행’에 그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펄어비스는 일본 진출을 앞두고 사전 다운로드 기간을 늘리고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탑재했다. 현지 유명 모델을 기용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일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5일 연속 인기게임 1위에 오르는 등 산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해외 시장을 향한 펄어비스의 도전은 모바일에서 멈추지 않았다. 서구권 이용자들이 즐겨 찾는 콘솔 게임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북미와 유럽에서 내놓은 검은사막 엑스박스 원 버전이 신호탄이다. 이 게임은 MS가 집계하는 게임 순위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출시 11일 만에 서버를 10개에서 22개로 증설했다. 한국 게임업체들이 취약한 영역이었던 콘솔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 관심을 끌고 있다.

펄어비스는 다작으로 성공을 꾀하기보다 대작을 ‘트리플 A급’으로 잘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오래 사랑받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펄어비스에는 김 의장을 중심으로 업계 최고 경력을 가진 인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데, 엔진팀 인력만 50여 명에 달한다. 자체 엔진을 바탕으로 실사에 가까운 3차원(3D) 그래픽과 화려한 액션을 구현하는 데 강점을 지닌 만큼 콘텐츠의 ‘생명주기’도 그만큼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모션캡처실을 자체 운영하고 있다. 또 3D 스캔 스튜디오를 통해 그래픽 품질을, 오디오실에서는 게임 음악의 예술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 서버 등이 발달하면서 게임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도 펄어비스가 ‘기술력’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 내놓을 작품들이 크로스 플랫폼과 클라우딩 게임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신작 ‘프로젝트 K’와 ‘프로젝트 V’에 적용할 차세대 게임 엔진 개발을 올 상반기 안에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개발사 인수해 글로벌 IP 확보

펄어비스는 지난해 ‘이브 온라인’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게임개발사 CCP게임즈를 인수했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유명 IP를 확보하는 동시에 CCP게임즈가 북미와 유럽에서 쌓은 MMORPG 운영 경험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CCP게임즈의 해외 공략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검은사막 IP의 서구권 진출에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검은사막 모바일과 콘솔 버전을 서구권 이용자들에게 널리 알려 IP의 가치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이와 함께 이브 온라인 IP도 아시아 지역에 진출시켜 ‘글로벌 게임 스튜디오’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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