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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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통신망이 구축되고 5G(5세대) 스마트폰과 요금제 가격이 모두 결정되면서 5G폰 사용을 위한 소비 기준이 확정됐다. 비유하자면 전에 없던 초고속 열차가 만들어지고, 초고속 철로가 깔리고, 운행요금이 정해진 것이다. 이제 고객들은 3일 뒤 첫 차에 몸을 싣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썩 개운치 않다.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이동통신 3사는 자사 5G폰과 요금제가 최고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고객들은 와닿지 않는다. 5G폰의 필요성과 효율성, 그리고 가치에 대해 답을 찾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고민들은 모두 비싼 가격에서 비롯됐다.

확실히 소비자 부담은 커졌다. 5G폰과 요금제 모두 기존보다 더 비싸졌다. 삼성 갤럭시S10 5G 모델의 출고가는 256GB 모델 139만7000원, 512GB 모델 155만6500원이다. 같은 기종인 갤럭시S10 LTE 모델(512GBㆍ129만8000원)보다 25만원 정도 비싸다. 전작인 갤럭시S9(64GBㆍ95만7000원)와는 차이가 더 크다. LG V50 씽큐(119만9000원) 출고가도 LTE 모델 V40 씽큐(104만9400원)보다 15만원 정도 높다.

요금제도 마찬가지다. 최저가 구간 비교시 5G 요금제는 LTE 요금제보다 월 1만5000원~2만원가량 비싸다. SK텔레콤의 5G 요금제는 월 5만5000원(8GB)·7만5000원(150GB)·9만5000원(200GB)·12만5000원(300GB) 등 4가지다. LG유플러스는 월 5만5000원(9GB)·7만5000원(150GB)·9만5000원(250GB) 등 3가지다. KT도 최저 월 5만5000원(9GB) 등 SK텔레콤, LG유플러스 요금제와 구성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금일(2일) 5G 요금제를 확정한다.

이처럼 5G폰 사용을 위한 판이 깔렸지만, 고가 논란은 여전하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만큼 개선됐냐는 게 쟁점이다. 그러나 어떤 변화가 있을지 감을 잡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결론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비싼' 5G 요금제를 적용한 '비싼' 5G폰은 '비싼' 값을 할까.

이론적으론 일단 '그렇다'에 가깝다. 5G는 LTE보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다. 최고 속도는 20Gbps. 기존 LTE 대비 다운로드 속도가 20배 빨라져 2GB 영화를 받는데 0.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반응속도도 10배 이상 단축되고 한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량도 100배 크다.

그러나 실제 5G폰 사용시 체감 차는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LTE 속도에 길들여진 사용자들이 5G 속도에 무딘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당시엔 체감차가 클 수 밖에 없었다. 3G에서 인터넷 사용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려면 수 초가 걸렸다. 이 때문에 1초가 채 걸리지 않는 LTE 환경은 빨라진 티가 났다. 그러나 LTE에서 5G로 전환하는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1초보다 10배 빨라진다고 치면 0.1초인데, 이 경우 차이를 느낄지 의문이다.
삼성 갤럭시S10 5G와 LG V50 씽큐.
삼성 갤럭시S10 5G와 LG V50 씽큐.
게다가 통신망 등 인프라 구축도 미흡하다. 제대로 된 5G를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완성된 5G 서비스를 체감하기까지 2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5G 서비스가 완성되는 시점을 2022년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5G 서비스의 '원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의미다.

같은 이유로 5G폰을 사야 하는 이유도 퇴색된다. 얼마되지 않는 5G망 지역을 벗어나면 4G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5G폰은 5G와 LTE를 함께 지원하도록 설계되기도 했다. 실제 오는 5일 갤럭시S10 5G를 사더라도 전국적으로 5G가 터지진 않는다. 이날 기준으로 SK텔레콤과 KT의 5망은 전국 85개 시에 깔린다. LG유플러스의 5G망은 서울과 수도권, 전국 5대광역시에 제한된다. 5G망이 깔렸더라도 도심 등 일부 지역, 건물 등에서 5G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5G폰의 등장을 시기상조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5G폰 출시와 개통은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성과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은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여기엔 완벽한 5G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채 시장이 먼저 열린 점도 한 몫한다.

기업은 새 산업, 새 시장을 앞두고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그들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겪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소비자와 비슷한 처지다. 그렇다해도 소비자에게 5G 소비를 위한 확실한 답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