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보사의 유통·판매 중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보사의 유통·판매 중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시 1년 반 만에 3400여 명에게 투여된 의약품 성분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이야기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달 31일 인보사의 미국 임상 과정에서 일부 성분이 신고한 것과 다른 세포에서 유래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바이오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업계뿐만 아니라 의·약·학계 모두 충격에 빠졌다. 임상을 마치고 허가를 받은 의약품 성분이 새롭게 밝혀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1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경을 설명했다.

세포 유래 모르고 임상?

인보사가 성분 논란에 휘말린 것은 연골세포인 줄 알았던 형질전환세포(TC)가 알고 보니 신장세포였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HC)와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 대 1로 섞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쓴다. 2017년 7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받았다. 그런데 이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세포가 당초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달라 판매가 중지됐다.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으나 유통 제품은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293유래세포)가 혼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년 개발·2년간 국내 처방했는데 성분오류 몰랐다?
업계는 왜 이제서야 세포의 기원이 밝혀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약 20년간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도 어떤 세포에서 유래한 것인지 모른 채 임상을 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인보사 개발 초기인 2004년에는 요구되지 않았던 최신 기법인 ‘STR(Short Tandem Repeat)’ 테스트가 도입되면서 세포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STR 테스트는 세포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 수 있는 유전자 분석법으로 친자 확인 검사에 비유할 수 있다. 과거에는 5대 족보까지 알 수 있었지만 STR 테스트와 같은 검사 방법이 나오면서 20대 조상까지 찾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을 진행하는 코오롱티슈진은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CMO)업체를 검증하기 위해 STR 테스트를 했다. CMO업체가 여러 고객사의 세포주를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세포가 섞여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미국에서도 STR 테스트가 필수는 아니지만 CMO업체에 맡기고 있는 인보사의 특성상 STR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자체 판단해 진행했다”며 “국내에서는 충주 공장에서 단일 생산하기 때문에 허가 당시 STR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허가 때는 알아차릴 수 없었던 이유다.

“심각한 부작용 없어”

회사 측은 초기 개발 때부터 인보사의 성분 자체가 달라지지 않았고 국내 임상에서 유의미한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허가가 취소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해당 세포가 임상 시료부터 상업화된 제품까지 일관되게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찰을 잘못 달아준 것’일 뿐 제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과는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조정종 코오롱생명과학 팀장은 “비임상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세포에 변화는 없다”며 “그동안의 임상시험이나 허가가 취소되려면 새롭게 밝혀진 세포가 임상 단계에서는 쓰이지 않았든가 또는 의도적으로 변경했다는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어서 그런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형질전환세포는 매개체의 역할일 뿐 체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형질전환세포는 TGF-β1 유전자를 담아 매개하는 전달자로 체내에 들어가는 순간 사라지는 TGF-β1이 서서히 발현되도록 돕고, 일정 기간 이후 체내에서 사멸된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담당 상무는 “임상에서 형질전환세포가 체내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3548명에게 투약했으나 주사 부위 동통 같은 이상반응을 제외하고 심각한 부작용 또한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가 취소 가능성은 미지수

그러나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게 임상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미국 임상 진행 여부, 국내 허가 유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최초 세포유전자 치료제라는 점을 고려해 허가 변경을 인정해줄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우려 때문에 임상을 다시 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이나 환불 등을 요구할 경우 인보사의 임상 재개는 어려워질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로선 환자들을 위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은 STR 검사 결과를 식약처와 FDA에 보고하고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임상 3상을 중단했다. 5월 중 FDA와의 대면 미팅에서 향후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결과에 따라 일본 등의 기술수출 계약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마카오 등에 인보사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보사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