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연골유래세포'로 판단…최신 유전자 감식서 '293유래세포'로 확인
"2004년과 현재 기술 수준 차이때문…안전성·유효성 문제없다"
코오롱생명 "인보사, 성분 바뀐게 아니라 명찰 잘못 단 것"
코오롱생명과학이 판매 중지된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른 이유로 2004년과 현재의 기술 수준 차이로 분석 결과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즉, 초기 개발부터 전임상과 임상 1~3상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동일한 성분을 사용했는데, 당시 기술로는 문제의 성분이 '연골세포'로 판단됐다가 최신 기술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중간에 세포가 바뀐 적이 없으므로 애초 세포의 '명찰을 잘못 달아준 상황'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는 없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보사의 자발적 유통 및 판매 중지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물의를 일으킨 데 사과하고 배경을 소상히 설명했다.

◇ "15년 전엔 '연골유래세포'…최신 감식서는 '293유래세포' 분석"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대 1로 섞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쓴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받았다.

현재 이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의 세포가 당초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달라 판매가 중지됐다.

당초 2액의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으나, 유통 제품은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293유래세포)가 혼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오롱생명 "인보사, 성분 바뀐게 아니라 명찰 잘못 단 것"
유수현 바이오사업담당 상무는 "인보사의 구성 성분이 바뀐 게 아니라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며 "2004년 형질전환세포 특성을 분석했을 당시에는 연골세포의 특성이 발현돼 연골세포로 판단했으나 최신의 STR 검사법으로 수행한 결과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STR 검사는 친자 확인 검사와 같은 유전체 및 유전자 검사법이다.

코오롱생명과학에서는 2004년 검사 결과에 따라 형질전환세포를 연골세포라고 판단하고 임상 및 허가 절차를 진행해왔으나 15년 후인 올해 최신 기술로 검사한 결과 293유래세포였던 것이다.

임상 개발 과정에서 세포가 바뀌진 않았지만 2004년 분석 검사 결과 자체가 문제였다는 의미다.

애초에 293유래세포인 형질전환세포를 연골세포로 잘못 분석했기 때문이다.

◇ 성분 다른데, 왜 15년 동안 몰랐나
15년 만에 STR 검사를 수행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에서 생산한 인보사를 검증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대개 CMO 업체는 여러 고객사의 세포주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우석 대표는 "미국 FDA에서도 STR 검사가 필수는 아니지만 CMO에 맡기고 있는 인보사의 특성상 STR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자체 판단해 진행했다"며 "국내에서는 충주 공장에서 단일 생산하기 때문에 허가 당시 STR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에서 허가받을 당시에는 왜 STR 검사를 수행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에도 답했다.

이 대표는 "인보사의 경우 미국에서는 CMO를 통해 생산하지만 국내에서는 충주 공장에서 단일 생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허가 당시 STR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STR 검사 결과를 식약처와 미국 FDA에 보고한 상태다.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임상 3상은 중단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5월 중 FDA와의 대면 미팅에서 향후 절차를 논의키로 했다.

◇ "안전성·유효성 문제없다" 거듭 강조
형질전환세포는 매개체의 역할일 뿐 체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 인보사의 안전성·유효성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형질전환세포는 TGF-β1 유전자를 담아 매개하는 일종의 '주머니'다.

TGF-β1이 체내 들어가는 순간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형질전환세포에 넣어 관절강에 주사한 뒤 서서히 발현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형질전환세포는 일정 기간 이후 체내에서 사멸된다.

유 상무는 "비임상과 임상시험에서 잔류량을 파악했을 때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3천548명에 투약했으나 주사 부위 동통 같은 이상반응을 제외하고 심각한 부작용 또한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발 초기에 제기됐던 형질전환세포의 종양원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자 미국 FDA와 국내 식약처의 권고에 따라 방사선조사(放射線照射·방사선에 노출 또는 쬐는 것)해 안전성을 강화했다고도 부연했다.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가 없었고, 방사선 조사를 완료했으며 품목허가 시 제출된 독성시험 결과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코오롱생명 "인보사, 성분 바뀐게 아니라 명찰 잘못 단 것"
◇ "물질이 바뀐 게 아니다…명찰을 잘못 달아준 것"
특히 초기 개발부터 지금까지 인보사의 성분이 달라진 게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해당 세포가 임상 시료부터 상업화된 제품까지 일관되게 사용돼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 초기부터 상업화에 이른 후에도 해당 세포의 명칭을 잘못 인지하고 있었던 게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조정종 팀장은 "세포의 유래가 다르다고만 밝혀진 것이고 비임상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세포의 변화는 없다"며 "세포의 명칭이 달라진 것으로 환자가 투여하던 의약품의 변화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임상시험이나 허가가 취소되려면 새롭게 밝혀진 세포가 임상 단계에서는 쓰이지 않던가 또는 의도적으로 변경했다는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명칭이 바뀐 것뿐이어서 그런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번 상황에 대해 '명찰을 잘못 달아준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다만 성분이 바뀌게 아닐지라도 허가 당시 제출한 내용과 실제 의약품이 다르다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사죄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 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윤리성을 의심할 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이 문제는 저희가 FDA나 다른 기관에서 요구받거나 의문 제기가 있던 게 아니었으며 저희가 스스로 파악해 신고하고 공표하는 일이라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번 발표로 판매 중지될 가능성도 인지하고 적잖은 파문이 일 것도 알았지만 '정도'로 가고자 빠르게 조치했다"며 "약 10여명에 불과했던 티슈진의 인보사 초기 개발 당시 모습이 국내의 여러 바이오 기업에 반면교사가 돼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