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저항력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스트레스를 아무렇지 않게 훌훌 털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우울증에 빠져 고통을 겪는 사람도 상당하다. 국내 연구팀은 이 같은 차이의 원인을 유전자에서 찾아냈다. 유전자 진단과 치료로 우울증을 완화하는 연구의 단초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한국뇌연구원(KBRI)에 따르면 이 기관 소속인 구자욱·정윤하 책임연구원, 미국 마운트사이나이대 연구진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Gadd45b’라는 유전자가 우울 행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용 쥐에 스트레스를 준 뒤 우울 행동을 보인 그룹을 조사하자 이 유전자의 발현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실험용 쥐에 가해진 스트레스는 장가 사회패배 스트레스다. 군대, 학교폭력 등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나타나며 우울증의 주된 원인이다. Gadd45b는 기억과 학습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가 우울증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자욱 책임연구원은 “후속 연구를 통해 특정 개체가 사회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취약한 이유, 이런 성향이 자식에게 유전되는지 여부 등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