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 특파원의 선전 리포트

中 공유경제 대표 오포의 몰락
중국 선전 시내에 오포의 노란색 공유자전거가 사라졌다. 빈자리는 빨간색 모바이크가 채웠다.

중국 선전 시내에 오포의 노란색 공유자전거가 사라졌다. 빈자리는 빨간색 모바이크가 채웠다.

중국 공유 자전거업체 오포(ofo)의 패망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협력 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고객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보증금이 1인당 99위안임을 감안하면 금액으로는 15만위안(약 2500억원)에 달한다. 서비스 생태계도 무너졌다. 올 들어 선전과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오포의 노란색 자전거가 자취를 감췄다. 사용된 자전거를 회수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위치에 가져다 놓는 등의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가 서비스 자체 만족도까지 떨어뜨렸다.

중국 공유경제의 대표주자 오포의 몰락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분야의 투자 활기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유경제라는 사업영역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반쪽 공유’

과잉 투자의 저주…중국 오포 '노란색 공유자전거'가 사라졌다

오포는 공유자전거라는 산업 자체를 창조한 기업이다. 2014년 창업 당시 23세이던 창업자 다이웨이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내린 시민이 마지막 1㎞를 갈 수 있는 교통 수단을 제공하겠다”며 길거리에 세워진 자전거를 필요할 때 타고 아무 데나 내려서 놓고 가는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현실화시켰다. 오포의 노란색 자전거는 중국 주요 도시를 점령하며 길거리 풍경을 바꿨다.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이 앞다퉈 투자하며 기업가치는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등 20개국에 진출해 2억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오포의 성공은 중국 내에서 공유경제 붐을 일으켰다. 공유자동차, 공유헬스장, 공유우산, 공유안마의자, 공유주방 등 많은 서비스가 공유를 내걸고 탄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오포의 파산 소문이 나돌더니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 업체 소송이 잇따랐다. 고객의 보증금 반환 요구가 쇄도하면서 오포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서비스 전체가 자금력 있는 다른 기업에 인수되지 않는 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포 몰락의 원인으로 서비스의 낮은 수익률을 꼽는 이들이 많다. 회당 1~3위안에 불과한 이용료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특정 재화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특성상 대부분 수익률이 낮다. 본사로 돌아가는 수익만 따지면 성공한 공유경제 모델의 대표로 꼽히는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기존 택시업체나 호텔보다 적다.

문제는 공유 대상 재화 자체를 누가 제공하는지에 있다. 우버 서비스에서 공유되는 차량은 대부분 운전자 소유다. 에어비앤비는 자체 객실 없이 주택 단기 임대자들로만 운영된다. 반면 오포는 자체 자전거를 생산해 제공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달리 자전거 관리도 서비스업체가 맡으면서 비용은 배로 불어났다. 고장 난 자전거를 선별한 뒤 회수해 수리하고 다시 배치하는 비용은 자전거 한 대를 새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유경제 전문가 로빈 체이스는 저서 《공유경제의 시대》에서 공유서비스 성공의 첫 번째 조건으로 “경제 전반에 이미 넘치게 공급돼 추가로 이용될 여지가 큰 재화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포는 기존의 재화를 활용하지 않고 공급해 시장을 만드는 전략을 취하면서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결국 오포의 실패는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높은 비용에 있다.
시내 곳곳에 방치돼 있던 오포 자전거들은 선전 시내 공터에 있는 자전거 묘지에 쌓였다.

시내 곳곳에 방치돼 있던 오포 자전거들은 선전 시내 공터에 있는 자전거 묘지에 쌓였다.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독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부러워한다. 현재 가치보다는 시장성을 보고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와 초기 시장 진입은 열어두고 차차 규제를 높이는 정부 정책 등이 중국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업체 간 무한 경쟁으로 이어지며 시장 참여자가 모두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포의 초기 성공에 고무돼 중국 각지에서 자전거 공유서비스를 시작하고 투자업계는 여기에 돈을 대면서 관련 업체는 한때 70여 곳에 이르렀다. 이는 과잉 경쟁으로 이어졌다. 시정부가 필요한 공유자전거 대수를 110만 대로 추산한 베이징에는 2017년 9월 공급량이 235만 대에 이르렀다. 58만 대가 적정 공급량으로 조사된 우한 시내에는 100만 대의 공유 자전거가 배치됐다. 이는 서비스업체들의 수익을 악화시켜 지난해에만 34곳이 파산했다. 지난해 4월 배달서비스업체 메이퇀이 인수한 모바이크만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1500만위안의 손실을 내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 내 스타트업 투자 냉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경제주간 차이징은 “대부분의 투자업체가 공유자전거 수익 모델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며 “새로운 산업과 관련된 투자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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