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찾아간 라이언 "카톡! 소리상표로 등록해주세요"
“카톡.” “카톡왔숑.” 매일 많은 사람들의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이 소리는 상표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카카오는 지난 15일 아기 목소리, 피아노, 실로폰, 휘파람 등으로 녹음된 카카오톡 알림음 6종을 ‘소리상표’로 인정해달라며 특허청에 출원(등록 신청) 서류를 냈다. 전순용 카카오 지식재산권(IP) 파트장은 “직접 개발한 고유의 알림음에 대해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흔히 상표라 하면 문자와 도형으로 된 것부터 떠올리지만, 소리로 된 무형의 상표 역시 법적으로 인정받는 지재권이다. 해외 기업들은 소리상표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시작음, 인텔의 광고 속 멜로디, 지포 라이터를 열 때 나는 ‘딸깍’ 소리 등이 대표적이다.

회장님 목소리는 ‘지식재산권’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상표법을 개정해 2012년 소리상표를 상표권 범주에 포함시켰다. 한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1~2년 전부터 몇몇 중견기업과 연예인을 중심으로 이색 출원·등록 사례가 늘고 있다.

‘장수돌침대’로 널리 알려진 장수산업이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최창환 장수산업 회장의 걸쭉한 육성으로 녹음된 “별이 다섯 개” “진짜 장수돌침대는 별이 다섯 개입니다”는 특허청 심사를 통과해 지난 5일 소리상표 등록이 확정됐다.

보령제약의 장수제품 ‘용각산’을 상징하는 소리도 법으로 보호받게 됐다. 남자 성우가 근엄한 목소리로 읊은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는 지난해 11월 등록을 마쳤다.

소리상표는 10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권리를 지킬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등록된 소리상표는 (주)LG 소유로, ‘사랑해요 LG’를 떠올리게 하는 4초 분량의 피아노 반주다. SK텔레콤은 ‘띵띵 띠링띵’ 통화연결음을, 삼성전자와 코웨이는 가전제품을 켜고 끌 때 나는 전자음 멜로디를 소리상표로 확보하고 있다.
특허청 찾아간 라이언 "카톡! 소리상표로 등록해주세요"
유행어도 소리상표 등록

유명 개그맨들이 자신의 유행어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리상표를 대거 등록한 일도 있다. 2017년 11월 정찬우·김태균 씨는 “쌩뚱맞죠”, 김준호 씨는 “케어해주쟈나”, 김대희 씨는 “밥묵자” 등에 대해 상표권을 확보했다. 기업들이 이들 유행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사용료를 내야 하며, 동의 없이 쓰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 연예계 관계자는 “라디오 광고에서 성대모사로 특정 유행어를 마음대로 쓰는 등 희극인들의 창작물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특허청엔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상표법에 규정된 상품분류에 따라 분야를 지정해 각각 등록해야 하며, 소리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함께 오디오 파일을 첨부해야 한다.

예컨대 카카오는 ‘카톡’ 알림음을 출원하면서 △어린아이의 음성 △첫째 음절 ‘카’보다 둘째 음절 ‘톡’을 더 낮게 발음 △스타카토 형식으로 끊어 연이어 발음 등을 특징으로 적었다. ‘카톡.mp3’라는 첨부파일도 함께 냈다.

카카오톡 알림음이 소리상표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중의 귀에 익숙한 소리라 해도 등록에 실패한 사례가 꽤 많아서다.

현대자동차와 파리바게뜨는 광고 마지막에 삽입하는 징글(jingle·짤막한 로고송)을 등록하려 했지만 특허청 심사에서 ‘식별력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롯데마트는 매장 안에서 트는 ‘행복드림’ 로고송을 출원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 업체는 해당 소리를 세간에 각인시키려고 막대한 광고 예산을 집행한 점 등을 강조했지만, 특허청은 “그 소리만 듣고 특정 상품을 떠올리는 수준으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