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규 비전VR 대표
엔씨소프트·세가 거쳐 2017년 VR에 도전
인터랙티브 VR드라마 '하나비' 日서 인기몰이
"신기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기존의 콘텐츠와 싸워서도 밀리지 않는 완성도를 갖추면서 가상현실(VR)의 장점들을 녹여낼 때 소비자들은 VR을 선택할 것입니다."
김동규 비전VR 대표. 비전VR 제공

김동규 비전VR 대표. 비전VR 제공

최근 서울 강남구 비전홀딩스 사옥에서 만난 김동규 비전VR 대표는 "처음 회사명을 '투토키'로 지은 것은 기술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나비'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첫 번째 시도다. 하나비는 미소녀 휴머노이드 하나비와 순수한 청년 켄지의 이야기를 그린 119분의 장편 공상과학(SF) 드라마다. 약 10분씩 12화로 구성됐다. 이 드라마의 특별한 점은 인터랙티브(쌍방향 상호작용) 시스템과 고화질 VR 영상이다.

높은 수준의 화질은 VR 영상업계의 숙제였다. 화질이 나쁘면 몰입감이 뚝 떨어지는 탓이다. 비전VR이 하나비에 8K(화면의 가로 화소 수가 8000개 이상) 고화질 영상을 적용한 이유다. 여기에 VR 맞춤형으로 개발한 촬영과 편집 기술을 더했다. 첫 작품임에도 첫 출시국인 일본에서의 평가가 매우 높은 이유다.

김 대표는 "VR영상 컨텐츠에 있어서 완성도를 가장 저해하는 부분은 화질"이라며 "회사를 설립하고 첫 번째 목표로 '세계 최고의 화질 실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8개의 분기점마다 선택지가 주어지는 인터랙티브 시스템도 시청자의 이목을 끈 요소로 꼽힌다. 드라마 전개 방식을 여러 가지로 제작한 것은 비전VR 직원 대부분이 게임업계 출신이어서다. 김 대표도 엔씨소프트를 시작으로 글로벌 게임회사인 세가의 한국 임원을 지내기까지 15년 이상 게임업계에 종사한 잔뼈 굵은 인물이다. 게임에 적용되는 서사 기법을 드라마에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비전VR은 앞선 화질 기술에 머물지 않고 '즐길 가치'가 충분한 콘텐츠를 계속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드라마와 같은 영상콘텐츠뿐만 아니라 게임에도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대화를 하고 물건을 잡는 등의 상호작용이 효과적으로 구현돼야 VR 콘텐츠의 현실감이 극대화 된다"며 "비전VR은 실사 영상을 기반으로 해 그래픽을 활용하는 게임 등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VR은 하나비와 같은 콘텐츠를 스토어를 통해 팔거나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VR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하나비는 일본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2700엔(약 2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비전VR만의 전용 영상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넷플릭스 같은 구독 모델로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비전VR의 성과를 내는 속도는 빠르다. 2017년 12월 회사를 설립하고, VR 영상화질과 관련한 독자기술을 인정받아 설립 4개월만에 일본의 오오키 무선전기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설립 후 1년이 채 안 된 지난해 8월 200억원 안팎의 가치를 인정받고 비전홀딩스(옛 서울비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드라마 등 VR 콘텐츠의 시장성을 높게 봤다는 게 비전홀딩스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모바일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VR 영상부터 다양한 깊이의 상호작용 VR 콘텐츠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가장 높은 품질과 완성도를 갖춘 ‘즐길 가치’가 있는 VR 컨텐츠를 만드는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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