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 FDA 승인

국내 개발 중추신경계 신약 중
FDA서 첫 시판허가 받아
최태원의 신약 개발 '집념'…26년 만에 美 뚫다

“원유 정제로 먹고살던 시대는 끝났다. 생명과학, 정밀화학,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1999년 최태원 SK 회장(사진)은 신약 개발과 바이오벤처에 1조원을 투자하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20년 뒤 SK바이오팜의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이 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시판 허가까지 26년이 걸렸다. 임상 실패와 파트너사 변경 등 수차례 위기에도 신약 사업을 이끌어온 최 회장의 집념이 통했다는 평가다.

우울증약의 재탄생

국내 기업이 개발한 중추신경계 신약 중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2003년)와 동아에스티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2014년), SK케미칼의 혈우병 신약 ‘앱스틸라’(2016년) 3개뿐이다.

최태원의 신약 개발 '집념'…26년 만에 美 뚫다

SK는 FDA 승인을 획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솔리암페톨은 원래 수면장애 치료제가 아니라 우울증약으로 개발하던 프로젝트였다. 1993년 신약 개발에 뛰어든 SK는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YKP10A’로 이름 붙였다. YKP10A는 동물시험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였고 1996년 국내 최초로 FDA의 임상 승인을 받았다. 2000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도 이뤄냈다. 그러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내지 못해 계약이 파기됐다.

SK는 임상 1상 데이터를 분석해 이 물질이 각성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울증 환자들이 약을 복용한 뒤부터 무기력증이 사라지고 졸음 현상이 없어졌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SK는 2004년 임상설계를 변경하고 수면장애치료제로 방향을 틀었다. 프로젝트명도 SKL-N05로 바꿨다. 2009년 5월 미국 바이오벤처 애드레넥스가 기술을 도입하면서 SKL-N05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임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개발사가 여러 번 바뀌면서 진통을 겪었다. 2011년 미국 에어리얼바이오파마에 개발 권리가 넘어갔고 2014년 1월 수면질환 분야 글로벌 1위 제약사인 미국 재즈파마수티컬이 3억9700만달러(약 4500억원)에 판권을 사들였다. SK는 재즈와 3년간 임상 2상, 3상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졸림증 환자의 각성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글로벌 수준으로 임상 데이터를 관리하고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수년간 연구개발 경험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다른 신약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며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신약 개발에 장기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SK바이오팜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제공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SK바이오팜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제공

글로벌 1조 신약 목표

SK는 솔리암페톨이 글로벌 연 매출 1조원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내 ‘수노시’라는 이름으로 재즈가 판매한다. 재즈는 지난해 11월 유럽의약청(EMA)에도 허가를 신청했다. 내년엔 유럽에도 출시할 전망이다. 솔리암페톨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재즈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12개국에서는 SK바이오팜이 판매한다. SK바이오팜은 아시아 상업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말에는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도 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FDA에 신약판매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달 유럽 내 상업화를 위해 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부터 일본인 임상을 시작해 아시아 진출 준비도 마쳤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혁신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 성과를 통해 연구, 임상개발뿐 아니라 생산 및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한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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