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

"은퇴 후 U-헬스케어 창업…새로운 도전할 것
현행대로 상속세 내면 셀트리온 국영기업 돼"
서정진 "창업열기 없는 나라엔 미래 없다"

44세에 창업해 ‘한국 2위 주식부자’가 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이 2년 뒤 회장직에서 물러나도 ‘창업’에 대한 도전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한국경제신문사와 미래에셋대우 등이 2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주최한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에 발표자로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젊은이들이 중국 베트남 같은 창업 열기를 일으키지 못하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며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면서 나 스스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가 1400조원인데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헬스케어산업은 1경(京)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U-헬스케어(유비쿼터스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롭게 창업하겠다”고 말했다. U-헬스케어는 병원을 찾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원격으로 진료를 보고 건강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는 만 65세가 되는 2021년 은퇴하기 전까지 셀트리온의 사세를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서 회장은 “분기 매출 1조원 기업으로 키우고 은퇴하고 싶다”며 “셀트리온의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 암젠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매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분야에도 1조원가량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창업 의지를 꺾는 과도한 ‘상속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행 상속세대로라면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된다”고 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 경우 양도세까지 더해져 실질 세부담이 80%에 이르게 되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국내 최대 기업설명회(IR) 축제인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 이틀째인 이날 서 회장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자(CEO) 7명이 직접 투자자들과 소통했다. 이틀 동안 열린 행사에는 기관투자가 700여 명을 포함해 2200여 명이 다녀갔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에서 한 투자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날 발표 뒤 투자자들과 30분 이상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에서 한 투자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날 발표 뒤 투자자들과 30분 이상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소유·경영 분리…자식에게 주식 상속해도 경영은 안 시키겠다"

“투자자들은 실력을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닙니다. 열정과 진심을 보고 투자합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0일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에서 발표자로 나서 벤처창업가와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세계 만국 공통어는 열정과 진실”이라며 싱가포르 테마섹이 셀트리온에 투자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테마섹 사람들이 롯데호텔에서 저를 불러놓고 한국 재벌 총수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왜 투자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며 “제가 12년째 신고 있던 낡은 구두를 보여주면서 ‘나는 명품 옷, 시계도 없고 나를 위해 일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얘기했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정과 정열과 진실을 가진 사람은 다 통한다”며 “그렇게 도전하면 업종을 불문하고 성공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는 우리나라에서 잘 맞는 업종이니 도전해보라”고 강조했다.

“열정·정열·진실로 창업하면 성공할 수 있다”

연구개발(R&D)에 과감하게 투자하라고도 했다. 그는“어떻게 하다 보니 샐러리맨을 하다가 2000년에 저하고 같이 있던 5명이 5000만원 갖고 회사를 차렸고, 어쩌다 보니 그룹 총수가 됐다”며 “약학, 의학도 안 해본 사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생각하고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약산업이 몇백 년 된 사업이라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해볼 만하다”며 “벤처를 하려는 사람들은 훌륭한 사람들을 모으고, 한국과 미래에 방향을 맞추고, 돈 가진 사람을 찾아다녀라”고 조언했다. 열정도 강조했다. 서 회장은 “벤처를 하려면 똑똑해선 안 된다. 그래야 사람들이 들어온다. 저는 운이 좋았고 인복도 좋았다. 직원들 덕분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투자자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발표자 가운데 유일하게 참가자와 30분 이상의 질의응답(Q&A) 시간을 보내고 상속세와 일감 몰아주기 등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답변을 내놨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의 모든 회사는 제 이름으로 돼 있고 가족 주식은 하나도 없다”며 “상속세 안 고쳐주면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된다. 현재 상속세대로라면 전 공무원이다(웃음)”라고 했다. 그는 “소유와 경영이 제대로 분리된 대기업을 보여주고 싶다”며 “상속세를 고쳐주면 국가랑 ‘반띵’하겠다”고 말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꼬집은 말이다.

한국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이상 50%지만 최대주주 지분은 할증 과세가 최대 30%까지 추가돼 실질 최고세율은 65%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 양도세까지 더해져 실제 세부담은 80%에 이른다. 만 65세가 되는 2021년 은퇴하고, 이후 자녀들도 셀트리온 이사회에만 참여토록 하겠다고 밝힌 그에게는 상속세가 가장 큰 애로 사항인 셈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증여세 문제의 답답함도 토로했다. 서 회장은 2012년 116억원, 2013년 154억원 등 국세청에 매년 증여세를 150억원가량 냈다. 올초 남인천세무서장을 상대로 2012~2014년 납부한 증여세를 돌려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그는 “매년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주주들이 원한다면 합병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벗어나는 방법은 실적 끌어올리는 것”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흥행 실패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일강제병합 후의 시대를 그리는 영화 시나리오에 공감해 홀딩스를 통해 투자하기로 했는데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며 “영화 투자사의 손실이 없도록 사재로 배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 붐은 일어나는데 그 산업은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단기 이익을 보려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매도에 대해선 과거와 다른 견해를 내놨다. 한 주주가 공매도 대응 방안을 묻자 “공매도와 동거하고 있는데 요즘은 공매도 세력이 장기투자자 같다”며 “공매도도 하나의 투자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를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주가와 관련해 “단기적인 주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며 “주주들 재산을 불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후년 은퇴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많이 아쉬워하는데, 떠날 때 떠날 줄 아는 회장이 되겠다”며 “자녀들에게 소유와 경영을 분명하게 분리해 승계하고,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전예진/조진형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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