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도전했다 (2) 한국만 고집할 이유 없다

인력관리 솔루션 하나로 동남아 4,500개 中企 사로잡은 스윙비
최서진 스윙비 대표가 개발을 총괄하는 한국 본부 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최서진 스윙비 대표가 개발을 총괄하는 한국 본부 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최서진 대표가 이끄는 스윙비는 해외 창업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기업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진입 자체가 힘든 기업용 소프트웨어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 창업 3년 만에 45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특이한 점 투성이다. 처음부터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를 타깃으로 잡고 사업을 시작했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두고 개발만 한국에서 한다. 한국에 본사, 현지에 연구개발(R&D) 조직을 두는 대기업들과 정반대 행보다.

최 대표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창업을 한국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사 17%가 유료 서비스 이용

스윙비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韓 아닌 동남아서 창업

스윙비는 동남아 지역 중소기업에 특화한 클라우드 기반의 HR(인사관리)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건강보험 추천부터 근태관리, 급여계산, 세무까지 다양한 기능을 현지 노동법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핵심 시장이다.

동남아 지역은 중소기업의 왕국이다. 중소기업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한다. 중소기업 숫자를 따지면 7000만 개가 넘는다.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들이 상당하지만 사내 전산 시스템 경쟁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20년이 넘은 낡은 HR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수기로 일일이 급여를 계산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오라클, SAP와 같은 글로벌 업체들의 제품은 비싼 가격 탓에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윙비가 파고든 것이 이 지점이다.

스윙비의 소프트웨어는 직원 정보와 출퇴근 관리, 휴가 신청과 같은 기본 기능이 무료로 제공된다. 이것만으로도 연간 수천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고급 기능인 급여계산과 건강보험 추천은 유료로 제공한다. 무료 기능을 미끼로 유료 전환을 노리는 전략이다. 현재 스윙비 고객사들의 유료 상품 사용률은 17%선이다.

최 대표는 창업 전 안랩에서 동남아 지역 사업을 담당했다. 이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동업자 물색이었다. 사업 파트너로 알고 지내던 토킷홍 텔레콤말레이시아 사업개발본부장을 삼고초려 끝에 공동창업자로 포섭했다. 현지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영업을 총괄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창업 후에도 현지 보험중개사 대표를 스카우트하는 등 본사 핵심 인력 대부분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인물들로 채웠다.

최 대표는 “스윙비의 성패는 타이밍에 달렸다고 판단했다”며 “한국에서 창업하고 투자를 받아 동남아에 진출하기엔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현지화가 최 대표의 모토였지만 예외도 있다. 동남아 개발자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 개발자 조직을 한국에 따로 꾸렸다. 한국 개발자들의 실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스윙비는 동남아 중소기업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다. 2016년 10월 50여 개에 불과하던 고객사가 4500개까지 늘었다.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2017년 미국계 벤처캐피털(VC) 빅베이슨캐피털과 월든인터내셔널, 영국계 보험사 아비바로부터 160만달러(약 18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다음달에도 추가 투자가 예정돼 있다.

동남아 ‘거스토’ 되는 게 목표

HR 소프트웨어 시장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애널리시스에 따르면 글로벌 HR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4년까지 92억달러(약 10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의 주도권은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거스토, 네임리 등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 급으로 성장했다.

스윙비의 목표는 동남아의 거스토다. 올해 대만에 법인을 설립하고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핵심 사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험중개업이다. 동남아 지역 기업들은 고용보험만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건강보험,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등은 기업이 각자 민간 기업을 통해 가입해야 한다. 스윙비는 지난해부터 고객사를 통해 얻은 급여, 인력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용주에게 적합한 보험을 중개하고 있다.

연말부터는 중개에서 한발 나아가 직접 보험을 판매하는 게 목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에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완료하고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 대표는 “동남아 시장에서 HR과 보험중개를 완전히 통합할 예정”이라며 “인력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6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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