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자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는 암호키를 만들어 도청을 막는 통신 기술이다. 현존하는 보안기술 가운데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 직원들이 서울 성수교환국사에서 양자난수생성기가 적용된 가입자 인증서버를 점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봉쇄’를 위해 미국 기업에 대(對)화웨이 수출금지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핵심 동맹국들이 5세대(5G) 통신망 구축 때 화웨이 장비를 배제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자 초강력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금지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미·중 무역협상 카드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각국의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몰아내려는 미국의 작전이 동맹국의 비협조로 좌초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금지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미국은 동맹국에 ‘화웨이가 백도어(전산망에 몰래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가 설치된 통신장비를 통해 기밀을 빼돌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 통신장비를 계속 사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교환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영국과 독일,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우려는 있지만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면밀히 조사해 보안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NYT는 보다폰, 도이치텔레콤 등 유럽 주요 통신사가 이미 화웨이 장비를 많이 채택한 상황이어서 5G 전환 때 화웨이를 배제하면 비용과 시간에서 큰 부담이 생긴다고 보도했다. 또 유럽 국가들에 중국은 미국만큼이나 큰 교역국이어서 명시적 사용금지 조치를 하면 중국의 보복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 협조 없이 화웨이의 세계 5G 통신망 장악을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기업이 중국산 5G 통신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뿐만 아니라 화웨이에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공격적 행정명령도 검토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통신장비 세계 1위인 화웨이의 개발 속도를 늦춰 글로벌 경쟁사들이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다. 미 정부는 5G 장비를 생산하는 화웨이 경쟁사에 유리한 조건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부 국방부 연방통신위원회(FCC) 등이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의 보안 위험성을 알리는 와중에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기 위해 ‘화웨이 카드’를 쓸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트위터에 “(5G 사업에서) 미국 기업들은 더 노력해야 하며 나는 미국이 경쟁을 통해 이기기를 원한다”고 썼다. 하루 뒤인 22일엔 “무역협상에서 화웨이와 ZTE 문제가 포함될 수도,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은 “화웨이와 ZTE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은 계속 화웨이 배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를 억제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화웨이와 관련해 어디까지 갈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고 논평했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삼성전자가 다음달 초 갤럭시S10 5G 출시를 확정지으면서 통신 3사도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채비에 나선다. 정부에 5G 요금제 인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SK텔레콤은 당초 제출했던 요금제보다 낮은 요금제를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요금제가 확정되면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통신 3사는 다음달 초 잇달아 5G 상용화 행사를 연다.세계 최초 5G 상용화 한국이 차지할 듯삼성전자와 LG전자는 첫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와 V50 씽큐 5G를 이르면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제품 안정화 작업이 길어지면서 출시 일자가 늦어졌고 LG전자는 퀄컴으로부터 칩셋을 수급받는 데 문제가 생겼다. 결국 정부는 이달 28일로 예정했던 ‘코리아 5G 데이’ 행사를 취소했다.이 틈새를 미국이 파고들었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은 다음달 11일부터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에서 5G 스마트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통신사와 정부, 제조업체로선 당연히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 타이틀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한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 기업이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면 시장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나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G 장관’을 자처할 정도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가 혁신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삼성전자가 늦어도 다음달 10일 전까지 갤럭시S10 5G를 출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은 한국이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세계 첫 5G 스마트폰 출시’를 놓치지 않게 된다. 갤럭시S10 5G 모델은 출시 사전 단계인 국립전파연구원의 전파인증을 지난 17일 통과했다.통신 3사, 내달 초 서비스 소개 행사삼성이 5G 스마트폰을 앞당겨 내놓기로 한 만큼 남은 단계는 통신사의 5G 서비스 요금제 책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SK텔레콤이 인가 신청한 5G 요금제에 대해 ‘고객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요금제 신규 출시나 변경을 하려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만 하면 된다.SK텔레콤이 제출한 요금제는 월 7만~11만원대로 알려졌다. 7만원대 요금제는 15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 이용을 제공하고 모두 소진한 뒤에는 속도 제한을 걸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로 파악된다. 정부는 5G 요금제가 높게 책정되면 가계통신비가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통신업계는 초기 5G 가입자가 데이터를 많이 쓰는 ‘얼리어답터’로 예상해 고가 요금제를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버라이즌은 월 105달러(약 13만원)에 데이터 75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들고 나왔다.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은 요금제 반려 이후 합의점을 찾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7만원대보다 낮은 구간의 요금제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요금제 구성이 필수적인 만큼 곧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이달 28일 정부 주도 행사가 취소되면서 통신 3사는 다음달 초순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발표하는 행사를 잇달아 열 예정이다. 갤럭시S10 5G 출시 일자와 관계없이 3사 모두 첫째주에 행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 3사는 작년 12월 1일 5G 주파수 송출에 앞서 기자 대상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11월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무산됐다.오는 27일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내달 초 정부 주도 행사가 열릴 가능성은 작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달 중순이나 하순께 정부와 통신 3사, 제조업체가 모여 공동으로 행사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5G 시대가 오면 430억개 이상의 디바이스가 네트워크와 연결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만큼 많은 디바이스가 네트워크에 붙으면 해킹 위험성도 높아집니다.”복재원 SK텔레콤 코어(교환장비) 엔지니어팀 리더는 18일 오전 10시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LTE(롱텀에볼루션)도 우수한 통신보안을 자랑하고 있지만, 양자암호통신은 의료‧자율주행,‧IoT(사물인터넷) 등 모든 기기들이 5G 통신망에 연결되는 시대에 ‘양자컴퓨터’로도 뚫지 못하는 통신 보안을 자랑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양자암호통신, 어떤 기술?…“양자컴퓨터도 막는다”양자암호통신은 양자키분배(QKD)·양자난수생성기(QRN) 등 핵심 기술을 통신망에 적용해 제 3자의 정보 탈취를 원천 차단하는 기술이다.양자(퀀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단위)의 특성을 이용해 도청이 불가능한 암호키를 생성해 송신자와 수신자 양쪽에 나눠주는 것이다. 암호키를 가진 송신자와 수신자만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할 수 있다.기존 암호통신 체계는 암호키를 분배할 때 송신자가 열쇠(암호키)를 금고(공개키)에 넣고 잠궈 수신자에게 보내면, 수신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밀번호로 금고를 열어 열쇠(암호키)를 얻는 방식이었다. 수신자는 해당 열쇠로 송신자가 보낸 암호문을 해독했다.다만 기존 암호통신 체계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제 3자가 중간에서 금고를 탈취하면, 데이터 속도 처리가 슈퍼 컴퓨터보다 1억배 빠른 양자컴퓨터로 수신자만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곧바로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통해 제 3자는 금고 안의 열쇠를 손에 넣어 송신자가 보낸 암호문을 쉽게 해독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해킹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얘기다.하지만 양자 암호키 분배 방식은 기존 방식과 다르다. 송신자와 수신자가 양자를 주고받으며 같은 열쇠(암호키)를 동시에 생성한다. 즉, 송신자와 수신자가 각자 가진 양자키분배(QKD)로 양자를 주고받으며 예측 불가능한 암호키를 만든다.또 제3자가 중간에서 양자를 탈취한 후 측정하면 양자의 상태 값이 훼손돼 복제가 불가능하다. 또 송신자와 수신자는 양자의 변형 여부를 즉각 감지할 수 있어 탈취 사실을 바로 알게 된다. 새로운 열쇠(암호키)는 1분 내 다시 생성될 수 있다.◆SKT, 5G 네트워크에 양자암호통신 어떻게 적용하나?SK텔레콤은 이달부터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양자암호통신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IDQ의 양자난수생성기를 적용할 예정이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패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를 만드는 장치다.가입자 인증 과정은 단말 사용자가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모든 음성‧영상 데이터, SMS 등을 주고받기 전에 정상 가입자로 인증을 받는 최초이자 필수적인 단계다. 만약 인증키 값이 유출될 경우 고객 정보가 도청, 해킹 등 범죄에 쓰일 수 있어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SK텔레콤 이용자들은 최초 이동통신망 접속 시 5G 인증서버에 적용된 양자난수생성기를 통해 고유의 인증키를 부여받고 음성 수‧발신 데이터 접속 시마다 인증키를 활용해 정상 가입자 여부 확인 절차를 수행하게 된다. SK텔레콤은 5G 망에 양자암호기반 인증 서버를 적용하고, 오는 4월 LTE망까지로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서울-대전 구간에 IDQ의 양자키분배 기술을 연동해 5G와 LTE 데이터 송수신 보안을 강화한다. 향후 SK텔레콤은 양자암호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해 양자 네트워크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정확히는 서울의 성수 국사와 대전의 둔산 국사다.성수와 둔산 국사에 먼저 양자암호 기술을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업자가 보안 강화 지점을 따져봤을 때, (성수와 둔산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간"이라며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서울과 대전간 트래픽이 가장 많이 흐르는 구간이 해당 지점이라 그 구간부터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종렬 SK텔레콤 ICT 인프라센터장은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5G에 선제적으로 도입해 SK텔레콤 이용 고객들은 차별화된 통신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며 “SK텔레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5G 통신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