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과 인터뷰한 마이클 최 엠블록체인 회장. 국제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노근리 사건을 변호하기도 했다.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마이클 최 엠블록체인 회장. 국제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노근리 사건을 변호하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 메타노이아 프로젝트가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선의’다. 블록체인을 통한 개인간(P2P) 기부와 해외개발 원조사업을 목표로 내걸었다. 메타노이아란 프로젝트명부터가 ‘깨닫고 마음을 바꾸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다.

메타노이아 프로젝트를 이끄는 마이클 최(한국명 최영) 엠블록체인 회장(사진)을 인터뷰하면서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은 국제 인권변호사다.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노근리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최 회장과 함께 메타노이아 프로젝트를 설계한 동료 로버트 스위프트 엠블록체인 최고경영자(CEO)도 국제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 그는 홀로코스트 피해자 200만명을 위해 독일 정부와 기업들 상대로 75억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를 상대로 피해자를 대리해 20억달러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오랫동안 인권변호를 해오던 두 사람이 “에너지가 곧 인권”이란 생각으로 뭉쳐 시작한 프로젝트가 메타노이아라고 최 회장은 소개했다.

“세계 인구의 20%인 선진국 사람들이 에너지의 60%를, 반면 인구의 80%인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에너지의 40%를 쓰고 있어요. 전기가 없어 깨끗한 물조차 못 마시는 사람도 많습니다. 마침 블록체인을 통해 개인들이 자유롭게 에너지를 생산해 나누는 모델이 가능해졌잖아요. 이걸 잘 활용하면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인권변호사와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는 다소 이색적인 조합을 이같이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인권변호를 하면서 전기도 못 쓰는 난민들을 여럿 만났다. 암흑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난민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하다”면서 “전기를 공급해 밤에 불을 켤 수 있으면 금방 아이들 정서가 안정되더라. 인권 사각지대에 대한 ‘구체적 도움’ 중 하나가 에너지다, 에너지가 곧 인권이다, 그렇게 절감했다”고 말했다.
메타노이아 프로젝트를 이끄는 국제 인권변호사 출신 마이클 최 회장(오른쪽)과 로버트 스위프트 CEO. / 출처=엠블록체인 제공
메타노이아 프로젝트를 이끄는 국제 인권변호사 출신 마이클 최 회장(오른쪽)과 로버트 스위프트 CEO. / 출처=엠블록체인 제공
이를 위해 P2P 전력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메타노이아는 기술백서를 통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분산자원 전력거래 중개를 위한 중개사업 플랫폼 기술’을 이전받아 △스마트계약 기능을 통한 P2P 전력거래 △분산자원 발전 현황 수집·저장 △집합자원 발전 시각화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 등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호주 블록체인 전력거래 플랫폼 파워렛저와 유사한 모델에 에너지 원조를 결합한 형태라 생각하면 쉽다.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인 개인 참여자들이 직접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는 에너지는 블록체인을 통해 P2P로 거래하는 ‘마이크로 그리드’ 개념을 도입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이다.

메타노이아 토큰을 발행해 플랫폼이 돌아가게 만드는 동시에 에너지 거래정보를 분산원장에 공유해 투명한 전력거래를 유도하는 기능도 한다.

메타노이아 토큰은 필리핀의 인권유린 피해자 등에게도 지급한다. 스위프트 CEO는 그동안 현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나눠주려 몇 달씩 돌아다녀야 했다. 무장 강도가 많아 경호인력까지 동원해야 했는데, 토큰으로 지급하면 안전하고 편하게 나눠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해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등 저명인사들이 대거 고문단으로 합류한 것도 힘이 된다고 최 회장은 귀띔했다. 역시 고문을 맡은 안산시장 출신 박주원 대표의 마린윈드파워와 업무협약을 맺어 신재생에너지단지 건립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등 ‘네트워크 파워’가 뒷받침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한 실제 구현 모델로 인천 송도에 태양열·태양광·풍력·지열발전 등을 적용한 고층빌딩을 짓겠다”며 “동남아와 아프리카 지역에도 추가 건설할 생각이다. 스마트시티 축소판인 스몰빌리지를 만들어 토큰을 통용하는 자급자족 모델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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