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삼성SDS 부사장이 2019 첼로컨퍼런스에서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형태 삼성SDS 부사장이 2019 첼로컨퍼런스에서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식탁에 오른 수산물이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아닐까? 지난해 12월 생활하수 유입으로 오염된 15개 해역에서 생산된 굴이 시중에 아무런 조치 없이 유통되면서 이같은 불안감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뒤늦게 조사에 나서 유통된 굴이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밝혀냈지만, 유통이력 추적이 어려워 상당수가 소비자의 식탁 위에 올랐다. 해양수산부는 2008년 원산지 둔갑을 막고 안전사고 발생 시 유통경로 추적을 위해 수산물이력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수산물이력제에 참여한 25개 품목 생산량의 0.4%만 이력번호를 표시했다.

수산물 유통업체 커뮤니티에는 복잡한 상품 유통이력 신고를 잊었다가 담당 부처에서 벌금 통보 받고 허겁지겁 처리했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미국, 유럽 등은 유통이력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수산물의 수입은 금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보다 편리한 이력관리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SDS는 지난 14일 판교캠퍼스에서 '2019 첼로컨퍼런스'를 열어 블록체인 기반 수산물 유통이력 관리서비스 개념검증(PoC) 결과를 발표했다. ASK수출협의회와 함께 한 PoC에서 양식장-출하과정-유통과정을 잇는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SDS는 양식장 근무자가 먹이를 주거나 출하를 위해 선별할 때 모바일로 간편하게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했다. 유통 과정에서 간편한 관리가 가능하고 소비자는 최종 상품의 QR코드를 스캔해 스마트폰에서 상품 생산지와 양식·유통 이력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든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저장돼 신뢰성을 확보했고, 문제가 생기면 즉시 유통경로 확인과 상품 회수도 가능하다.
전복 양식업체 청산바다에서 출하된 전복의 유통 이력을 모바일로 조회한 모습.
전복 양식업체 청산바다에서 출하된 전복의 유통 이력을 모바일로 조회한 모습.
관세청도 삼성SDS와 블록체인 하이퍼레저 패브릭 기반 물류서비스를 구축했다. 상품 수출입에는 60종 이상의 문서가 요구된다. 업계는 해상운송 비용의 약 20%가 문서처리 비용이라고 추정한다. 게다가 문서 중 80%는 중복된 정보이며 문서에 수정사항이 발생할 경우 유통과정 참여자간 보유 정보가 달라지는 상황도 벌어진다.

삼성SDS는 모든 참여 주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해 각각 작성한 정보를 한 번에 공유할 수 있게끔 했다. 문서처리 과정이 대폭 줄어들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수정 사항이 즉각 공유돼 잘못된 정보로 혼선을 빚을 우려도 줄어든다. 기존 수출신고·적하목록·출항심사 등의 정보만 갖고 있던 관세청은 모든 운송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승엽 삼성SDS 프로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공사와 진행한 블록체인 기반 시범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한승엽 삼성SDS 프로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공사와 진행한 블록체인 기반 시범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끼리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수행 중이다. 삼성SDS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공사와 블록체인 기반 해운 물류시스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담당자인 한승엽 삼성SDS 첼로플랫폼팀 프로는 "한국 관세청은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사용하지만 로테르담 항구는 이더리움을 사용한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오가며 데이터가 변질되지 않도록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가 찾은 해답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위한 하이퍼 플랫폼 '딜리버'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결하면서 △문서 공증 △데이터 변질 방지 △이중지불 방지 △자산 이관 등의 기능을 갖춘 플랫폼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다. 한 프로는 "앞으로는 여러 서비스가 하이퍼 플랫폼에서 연결될 것이다. 딜리버를 모든 참여자가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축해 블록체인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태 부사장은 "블록체인의 실사용 사례는 아직 적은 편"이라며 "삼성SDS는 2017년부터 물류 컨소시엄을 구축해 관세청 등에 실질적 사례를 만들어왔다. 올해도 실사용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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