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3D프린팅 화장품' 나왔다
“화장품 속에 꽃이 피었네.”

5일 한국콜마 세종공장. 특수 제작한 3차원(3D) 프린터가 분주히 움직이자 투명한 히알루론산 에센스 안에 화려한 꽃이 탄생했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원통형 화장품 용기를 어느 각도에서 돌려봐도 꽃과 잎 모양이 실제와 비슷했다. 화장품인지 장식품인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였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그동안 의료기기, 전자, 완구 등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사례는 많지만 화장품은 없었다. 화장품 원료 자체가 불안정한 데다 제조 후 변질, 변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기업 한국콜마는 2년여의 연구 끝에 3D 프린팅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화장품에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한국콜마는 3D 프린터 전문 제조업체 삼영기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 연구에 들어갔다. 한국콜마는 디자인과 색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화장료 조성물을 연구하고, 삼영기계는 고점성 소재를 정밀하게 프린팅하는 기기를 개발했다. 처음에는 아이섀도나 립스틱 등 고체 형태의 색조 화장품에 도전했다. 상대적으로 제조가 쉬울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제형 안정화에 실패해 한계에 부딪혔다. 로션, 크림 등 기초 화장품으로 방향을 바꿨다. 오히려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문제가 쉽게 풀렸다. 점성이 높은 에센스 안에 특수 노즐로 크림을 정밀하게 쌓아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한국콜마는 크림에 알록달록한 색깔을 넣어 에센스 안에 노란 튤립, 빨간 장미 등을 구현했다. 꽃뿐만 아니라 도형, 문자 등 다양한 입체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 용기에 두 가지 종류의 화장품이 들어 있는데도 형태와 효능을 지속한다”며 “안정성과 효과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3D 프린팅 화장품 기술을 브랜드 화장품업체 등 고객사에 제안해 제품화한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속에 원하는 문구나 캐릭터, 사진 등을 넣은 맞춤형 화장품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선물이나 기념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