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10 사전예약판매가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10 사전예약판매가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징징징징… 징징징징징… 징~징~징~징~" 몇 차례 핸드폰 진동이 울린 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10 플러스의 가격이 20만원대로 내려갔다.

갤럭시S10 플러스 사전예약을 신청하던 A씨는 가격 안내를 핸드폰 진동음으로 받았다. 짧은 진동 4번과 5번, 긴 진동 4번으로 구성된 이 암호는 '45징'이라 불린다. 불법 보조금 45만원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A씨는 스마트폰으로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보조금을 뺀 차액을 송금해 신청을 마쳤다.

A씨는 불법 보조금 45만원 외에도 통신사의 선택약정 할인을 받는다. '공식적'으로는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덕분이다. 6만9000원 요금제 기준 한 달 1만7500원 할인을 받으면 약정기간 2년 동안 받는 혜택은 총 41만4000원. 모두 합산하면 출고가 115만5000원짜리 갤럭시S10 플러스를 29만1000원에 사는 셈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B씨는 더 저렴하게 구매했다. '52징(불법 보조금 52만원 지급)'을 받은 것. B씨는 "사은품으로 받는 '갤럭시 버드'를 되팔 것"이라고 했다. 실구매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여기에 "KT에서 3만원과 기기값 차액을 지불해 갤럭시S10 5G 모델로 교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플러스 사전예약 사은품으로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드를 지급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약 12만원에 거래된다. 이 금액을 제하고 B씨가 6만9000원 요금제를 택하면 실구매가는 20만1000원, 더 높은 요금제를 택하면 그 이하로 내려간다.

또한 KT는 갤럭시S10 LTE 단말기를 갤럭시S10 5G 단말기로 교환해주는 'KT 슈퍼찬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단말 출고가를 전액 보상하므로 단말기 차액만 지불하면 5G 단말로 교체할 수 있다. 아직 삼성전자가 5G 단말의 출시일과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150만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불법 보조금을 52만원까지 지급한다는 곳은 이동통신업계에서 정부의 불법 유통 단속을 피하려 만든 스마트폰 가격정보 공유사이트 ‘빠삭’이다. 빠삭 안에서 폐쇄몰 형태로 관리되는 '스노방'에서 구체적인 불법 보조금 정보가 공유된다.

스노방은 '스나이퍼 노(No)'의 약어로, 빠삭에서 활동하며 일정 포인트를 모으고 관리자 승인을 받아 신원이 확인된 판매자와 구매자만 접근할 수 있다. 판매자와 판매자 또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 불법 보조금 신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관리'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가격 공유 사이트 빠삭의 폐쇄몰 스노방에 갤럭시S10 사전예약 시 52징(불법 보조금 52만원)을 제공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빠삭 갈무리
스마트폰 가격 공유 사이트 빠삭의 폐쇄몰 스노방에 갤럭시S10 사전예약 시 52징(불법 보조금 52만원)을 제공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빠삭 갈무리
가격 안내도 과거처럼 숫자로 표현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진동'으로 가격을 알려줘 증거가 남지 않는다. 불법 보조금도 현장에서 지급한다. 과거에는 단말기 할부금 전액을 구매자가 지불해 거래를 마치고 1~3개월 뒤 판매자가 불법 보조금을 주는 '페이백' 시스템이었으나, 페이백을 떼어먹는 판매자들이 발생한 탓에 현장에서 지급하는 방식이 자리잡았다.

정부가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겠다며 2015년 시행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무색한 모습. 정부 단속이 심해질수록 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진다. 단통법이 공시지원금 상한을 정해둔 탓에 불법 보조금은 받는 사람만 받고, 대신 그 부담은 불법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일반인이 나눠 내는 형국이다. ‘호갱(호구+고객)’ 양산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 증가로 국민들의 휴대폰 요금 부담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법 보조금을 함께 지급받았을 것”이라며 “통신사들도 판매량에 따라 대리점 리베이트를 다르게 책정하며 불법 보조금을 눈감아주는 걸로 안다. 완전 자급제를 도입하지 않는 이상 불법 보조금 근절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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