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보이콧을 선언하던 뉴질랜드나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은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태도를 바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일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는 영국과 절차는 다르지만 비슷한 입장에 있다며 "아직은 화웨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총리의 발언은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보안국(GCSB)와 다른 입장이다. 당시 GCSB는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망 기술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뉴질랜드가 사실상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됐다.

유럽 국가들도 화웨이 5G 장비 보이콧 선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도 미국의 반대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5G 사업 참여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독일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은 독일의 일부 관련 부처가 화웨이의 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쪽으로 2주 전에 예비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예비 결정에도 독일 내각이나 의회로부터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이탈리아는 중국 통신장비업체들과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최근 일부 현지보도를 정면 부인했다. 헝가리는 소방 네트워크 사업에 화웨이를 참여시켰다.

영국과 프랑스도 입장 변화를 보이고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무니르 마주비 프랑스 디지털국무장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화웨이 장비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프랑스는 어떤 특정 기업에 대해 보이콧을 하고 있지 않다"며 "무조건적으로 불신하거나 순진한 발상에 빠져있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영국에서도 정보기관이 화웨이 장비 사용에 따른 리스크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일간 가디언은 17일 영국의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가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며 화웨이 제품의 전면 금지가 불필요하다는 권고를 몇주 내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알렉스 영거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은 지난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화웨이 문제가 난해하다면서도 금지부터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화웨이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국 BBC는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5G테스트 장비 주요 업체로 화웨이를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태국과 필리핀 글로브 텔레콤은 화웨이 5G테스트 장비를 구축키로 했으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M1도 화웨이와 5G 서비스 테스트에 돌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보안 이슈의 본질은 20조 달러 5G 시장 패권 경쟁으로 미·중간 무역갈등에 따른 정치적 이슈”라며 “수익 창출이 어려운 5G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세계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투자비 절감이 필수적인 만큼 결국 성능과 경제성이 뛰어난 화웨이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