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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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기술이 발전으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감정노동을 대체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NH농협은행, AIA생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고객센터의 소비자 응대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되며 소비자 문의에 AI가 챗봇(채팅로봇) 형태로 답변하는가 하면 음성인식을 활용한 대화로 불편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카카오는 고객센터에 AI 챗봇을 도입했다. 하루 평균 1만2000건의 상담 가운데 절반은 AI를 적용한 챗봇이, 절반은 인간 텔레마케터가 응대한다. AI와 인간 텔레마케터 중 누구에게 상담을 받을지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

직접 대화도 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음성 금융상담 인공지능 서비스인 'AI 콜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반 콜센터와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문의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인식해 음성으로 답한다. AI콜봇은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나 전화로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면 AI콜봇 이용 도중 전담 상담사와 연결해 상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AIA생명의 경우 인공지능 콜센터 'AIA ON'을 통해 채팅으로 상담하는 AI 챗봇과 음성으로 응대하는 AI 로보텔러를 제공한다. 자연어를 지원하므로 "보험 청구에 어떤 서류가 필요한가요" 같은 궁금한 점을 대화 형식으로 편하게 물어볼 수 있다. 보험상담사가 약관 설명을 누락하는 등 불완전 판매를 했는지 확인하고 해결하는 역할도 한다.

AI 개발업체 관계자는 "목소리와 톤, 사용하는 단어 등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응할 수준까지 AI 기술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 AI는 소비자와 상담사의 대화를 인식해 상담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이젠 기술발전에 따라 사람의 언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와 직접 상담하고 상담사의 실수를 바로잡는 역할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이 분야에서 AI의 약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글로벌 IT(정보기술) 자문기관 가트너는 2020년까지 고객 대응 업무의 85%가 무인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도 AI 챗봇 시장 규모가 2015년 1억1300만달러에서 2024년 9억955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 기업과 노동자들의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기업은 고객의 거친 항의, 성희롱 등에 노출되는 직원을 보호해 감정노동 강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반면 노동자 시각에선 24시간 365일 소비자를 응대할 수 있는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AI 고객센터를 반기는 편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전국 19∼~9세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기술 적용이 필요한 정부 서비스로 민원신청과 처리(38.0%), 행정정보 안내(22.1%), 콜센터(21.7%) 등 고객 응대 업무가 우선순위에 올랐다. AI 서비스 도입의 장점으로는 24시간 서비스(41.8%)와 대기시간 해소(26.9%) 등이 꼽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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