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검사(DTC)의 허용 범위 확대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와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DTC 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 사업으로 인한 수억원의 추가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 추진 내용이 상업성을 갖추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비싼 돈을 들여 꼭 참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DTC 시범사업 확대…바이오업계는 '속앓이'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DTC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는 4개 DTC 업체가 신청을 했다. 이번에 실증특례 사업자로 선정된 마크로젠을 비롯해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메디젠휴먼케어 등이다. 테라젠이텍스는 마크로젠처럼 실증특례로, 디엔에이링크와 메디젠휴먼케어는 임시허가로 참여 신청을 했다. 임시허가는 일단 제품을 출시한 뒤 사후 검증을 하는 것을, 실증특례는 엄격히 제한된 범위에서 제품을 시험해보는 것을 말한다.

임시허가는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실증특례는 밑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증특례 참여가 확정된 마크로젠도 지방자치단체 보조 등을 통해 비용을 충당할 방법을 찾고 있다. 마크로젠은 기존 DTC 허용 항목 12개에 13개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실증특례에 참여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신청 기업에 ‘가급적 임시허가가 아니라 실증특례로 하자’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5~9월 실시할 예정인 DTC 확대 시범사업은 사정이 더 안 좋다. 복지부는 웰니스를 중심으로 DTC 허용 항목을 현행 12개에서 57개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범사업은 이용자에게 실비도 받을 수 없고 업체가 모든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복지부 방안대로 규제가 풀려도 시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건강기능식품과 연계할 수 있는 ‘에너지 대사’ 검사에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중요도가 큰 항목이 빠졌기 때문이다.

DTC업계에서는 산업부 실증특례 25개 항목과 복지부 시범사업 57개 항목을 모두 한다고 가정하면 원가 부담이 1000명당 4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복지부 시범사업에 집단 불참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