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를 받은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2년 뒤에는 1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국내는 10만 명에 불과해 유전체 빅데이터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 DTC를 포함했지만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유전체 빅데이터, 미국의 123분의 1
13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미국 DTC 이용자는 지난해 1230만 명이었다. 올해 이용자는 2650만 명에 이르고 2년 뒤에는 1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인 3명 중 1명이 DTC를 이용하는 셈이다. 일본 DTC 이용자도 약 3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인구의 2.7%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이보다 훨씬 적은 10만 명(0.2%)에 그치고 있다.

국내에서 DTC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규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6년 DTC가 허용됐지만 체질량지수, 피부 노화, 모발 굵기 등 미용 관련 12개 항목으로 제한했다. 반면 미국은 유방암 희귀질환 등 중대 질환에 대한 유전자검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렇다 할 규제가 없다.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DTC를 포함하면서 마크로젠에 고혈압 대장암 등 13개 중대 질환을 포함한 DTC 서비스를 2년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대상을 인천 송도지역 거주자 2000명으로 제한했다. 가뜩이나 유전체 빅데이터 경쟁에서 미국 일본 등에 밀리고 있는데 허용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마크로젠 측은 비용 부담 때문에 대상자 수를 더 늘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실비 수준의 서비스 이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체 빅데이터는 인체의 약물반응 예측에 활용될 수 있어 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빅데이터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