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뷰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11일 서울 서초동 뷰노 본사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진단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현준 뷰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11일 서울 서초동 뷰노 본사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진단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특허, 논문, 제품을 모두 비교해 봐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국내 1호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개발회사 뷰노가 내비친 자신감이다. 김현준 뷰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뷰노를 AI 회사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은 구글보다 잘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며 “이제 구글이든 아마존이든 어떤 회사도 의료진단 분야에선 우리가 경쟁할 만한 상대”라고 했다.

"의료진단 AI에선 구글·아마존도 안 무섭다"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3명이 창업한 뷰노는 의료영상 진단 솔루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CSO는 이예하 대표(CEO), 정규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스마트폰용 음성·영상 인식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감정 인식 분야까지 범위를 넓혔지만 한계를 느끼고 2014년 12월 뷰노를 창업했다. “스마트폰이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게 되면 그다음에 무엇을 할 건지 답이 없었습니다. 실용적인 분야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보자고 생각했죠.”

처음부터 의료 분야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음성 인식 기술은 삼성에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다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영상 시장을 발견했다. 뷰노는 의료 영상 판독과 진단에 특화한 딥러닝 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구글의 오픈소스 기반 딥러닝 엔진인 ‘텐서플로’가 있었지만 자체 엔진에 승부를 걸었다. 상용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하고 의료 분야에서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개발한 ‘뷰노넷’을 기반으로 당시 세계 최고 권위의 이미지 인식 대회인 이미지넷에서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 CSO는 “사람이 찾지 못하는 것도 찾아낼 정도가 되면서 확신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 의료 AI 분야에서 뷰노가 삼성전자 다음으로 국내 특허가 많았다”며 “자체 딥러닝 엔진으로 최적화한 서비스를 개발해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뷰노는 회사 설립 4년 만인 지난해 5월 골연령 진단 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본에이지’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유럽통합규격인증(CE)도 획득했다. AI 기반 의료기기 중 국내 최초다. 본에이지는 손의 뼈를 촬영한 엑스레이를 AI가 분석해 성조숙증 및 저신장증 진단을 도와주는 의료영상 소프트웨어다. 성장기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수골(手骨) 엑스레이는 수백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횟수는 연간 180만 회로 많지 않지만 1회에 5만~7만원이 드는 비급여 검사여서 흉부 엑스레이 다음으로 시장이 크다. 뷰노는 국내 대형 병원과 협력해 수십만 건의 엑스레이 영상을 AI 엔진에 학습시켜 판독 능력을 키웠다. 의사가 진단하는 것과 비교해 뼈 나이를 판독하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정확도도 10% 이상 높였다. 김 CSO는 “본에이지는 20여 장에 달하는 환자 맞춤형 골연령 리포트도 작성해준다”며 “환자들에게 새로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뷰노는 본에이지 외에 CT, 생체 신호를 활용해 6개의 의료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뇌 MRI를 분석해 치매를 진단하는 ‘딥브레인’은 알츠하이머 분석 시간을 기존 5시간에서 1분 이하로 줄였다. 올해는 안저질환, 폐암, 폐질환 진단 소프트웨어와 심정지 예측 프로그램 등 4개 제품의 국내 허가를 받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CE 인증까지 총 7개의 인허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판로도 확장하고 있다. 병원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팩스(pacs), 소프트웨어 회사까지 다양한 채널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정보기술(IT)기기 회사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AI 솔루션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어서다.

뷰노는 주요 제품이 허가를 받는 올해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3명으로 시작한 임직원은 60여 명 규모로 늘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