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의 보안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까지 맞물리면서 반(反)화웨이 정서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10일 통신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어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유럽연합(EU)에 요구했다. 미국 외에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도 화웨이 장비에 정보 유출 기능을 하는 ‘백도어(back door)’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정부 통신장비 구매 등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있으며, 유럽도 그 뒤를 따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 오랑주, 독일 도이체텔레콤, 세계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보다폰 등이 핵심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거나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화웨이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화웨이와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전격 기소했다. 산업기밀 탈취, 금융사기, 대(對)이란 제재 위반, 수사 방해 등 무더기 혐의가 적용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화웨이에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공정한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는 화웨이의 뻔뻔한 행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5G 상용화를 개시한 세계 5개 이통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미국 버라이즌과 AT&T 등은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의 장비를 쓰고 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