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내 자본' 강조한 넷마블…'텐센트' 손 잡은 이유
넷마블이 넥슨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세계 최대 게임업체 중국 텐센트와 연합하면서 넥슨을 인수할 적임자로 올라선 것이다. 다만 넷마블이 텐센트를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이면서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하겠다'는 다짐은 무색해졌다. 넷마블은 왜 텐센트를 컨소시엄에 끌어들인 것일까.

넥슨의 인수가는 최소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12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넷마블은 그동안 넥슨을 인수할 최고의 적임자로 언급됐다. 국내 게임업계 2위 기업으로 넥슨의 다양한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서다. 그러나 인수 금액이 워낙 커 넷마블이 넥슨을 단독으로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컨소시엄에 무게가 실린 이유다.

넷마블은 풍부한 자금을 보유한 MBK파트너스, 텐센트와 손잡으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 손인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이면서 '국내 자본 인수'라는 대의명분을 만족시켰다. 이 때문에 업계를 중심으로 '경영은 넷마블이, 투자는 MBK파트너스가 책임지는 구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텐센트가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아쉬움이 남게 됐다. 정확히는 넷마블이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하겠다"고 선언했으니 텐센트 참여가 비판받을 일은 아닐 수 있다. 텐센트의 투자금액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넥슨에 대한 텐센트의 입김은 제한적일 수 있다. 텐센트가 넥슨의 중국 사업을 맡고 있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텐센트 참여를 무조건 비판할 수 없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는 건 사실이다. 텐센트가 넷마블 지분 17.6%를 보유한 3대 주주이자 또 다른 인수 후보인 카카오의 2대 주주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텐센트가 넷마블과 카카오의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는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텐센트가 '쩐주(錢主·큰 자금을 굴리는 사람)'로 배후에서 지원할 경우 넷마블과 카카오 입장에서는 컨소시엄 간판기업 자리를 사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텐센트 입장에서는 네오플 분리 매각, 넥슨 지분 추가 인수 등과 같은 이면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텐센트 입장에서는 이번 넥슨 매각을 기회로 매년 1조원의 '던전앤파이터' 로열티를 처분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네오플 분리 매각, 넥슨 지분 추가 인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넥슨 매각을 해외 자본과 국내 자본의 경쟁으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텐센트가 홍콩이나 미국을 경유해 국내 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고, 해당 기관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해당 자본은 국내 자본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위 학회장은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의 논란은 비본질적인 논란"이라며 "모든 행위들이 최대의 이익을 위한 경영적 판단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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