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이마트24 셀프 스토어 전경. 사진=김산하 기자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이마트24 셀프 스토어 전경. 사진=김산하 기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情)’이 부각되는 명절 장보기라면 으레 전통시장부터 떠올리지만 서울의 1인 가구에게도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에게 친숙한 곳은 편의점과 대형마트다. 전통시장에 비해 사람과의 직접 대면 접촉이 덜하거나 아예 없는 ‘언택트(untact)’ 소비를 특징으로 한다. 무인화 점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면서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이마트24 셀프스토어.

365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안내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운영 초기엔 신용카드로 사용자 신원을 확인했지만 지금은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인증방식으로 변경됐다. 카드 사용자 위주에서 스마트폰 사용자 위주로 포커스가 옮겨가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성인 신용카드를 이용한 미성년자의 담배 구매 가능성을 예방하고 기존에 지적된 인증과 보안 방식을 고도화한 것이라는 설명.

출입구에는 폐쇄회로(CC)TV로 녹화된다는 고지와 함께 출입 방법과 계산 방법을 설명한 안내문이 붙었다. 사람과 사람 간 대면거래가 줄어드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마트24 셀프스토어 내부는 여느 편의점과 다르지 않지만 무인화 점포라 물건은 직접 계산해야 한다. 구매할 물건을 계산대로 가져와 직접 바코드를 인식하고 신용카드를 꽂아 결제하는 방식이다. 간혹 증정품을 계산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 탓에 계산대엔 ‘1+1, 2+1 증정상품 모두 바코드 스캔 부탁한다’는 문구도 붙었다.

매장에 들어선 뒤 상품을 고르고 구매하기까지 모두 사람을 접할 일이 없었다. QR코드를 스캔하고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고른 뒤 곧바로 나오면 되는 미국의 무인화 점포 ‘아마존고’에 비하면 계산 절차가 추가됐지만, AI 카메라 센서만 추가되면 아마존고처럼 고객 움직임과 구매 내역을 파악해 앱으로 결제 영수증을 보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마트24 셀프 스토어에 설치된 셀프계산대. 사진=김산하 기자
이마트24 셀프 스토어에 설치된 셀프계산대. 사진=김산하 기자
규모가 크고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대형마트도 예외는 아니다. 방법은 비슷했다. 셀프계산대에 사용 안내가 붙어있다. 카드 전용이란 점 정도가 차이였다.

대형마트 가운데 가장 먼저 셀프계산대를 도입한 홈플러스는 2010년부터 거점 점포 중심으로 이를 확산, 현재 88개 대형마트와 4개 익스프레스 점포에 총 390여대의 셀프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완전 무인은 아니다. 직원 한 명이 상주하며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돕고 부정행위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롯데마트, 이마트도 기존 계산대와 병행해 셀프계산대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2017년, 이마트는 2018년 도입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각각 120개 매장과 모든 점포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급격한 증가세다. 무인 편의점에 비하면 마트의 셀프계산대는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좀 더 중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는 셈. 절차가 간단하고 빠른 언택트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 니즈(요구)에 주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환경 변화가 이를 더 가속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통시장으로 대표되는 면대면 거래와의 간극이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에서 계산 시간은 얼마 안 걸리는데 대기 시간은 긴 소량 구매의 경우 셀프계산대가 호응을 얻고 있다. 20~30대 젊은 고객들은 무인 기계에 대한 거부감이 낮고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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