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넥슨 인수전 가열…"중국 입김 진짜 없나"
"넥슨은 한국의 주요 자산이며 해외 매각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넥슨 인수전에 참가하겠다."

넥슨 인수전에 나서는 넷마블의 다짐이다. 국내 게임업계 1위 넥슨이 해외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자 업계 2위 넷마블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국내 게임산업을 걱정하는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의사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인수 관련 법률을 확인하고 다음 달 중순에 있을 넥슨의 지주사 NXC 입찰에 참여할 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마블과 달리 카카오는 단독 인수를 추진한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지키겠다'는 출사표도 내세우지 않았다.

이들에 앞서 KKR·칼라일·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넥슨 인수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해외 자본과 국내 자본이 넥슨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연출됐다.

넷마블과 카카오는 인수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게임산업을 지키는 정의의 용사'가 됐다. 생태계 훼손을 전면에 내세운 넷마블은 국내 게임 개발 인력과 게임 지식재산권(IP) 유출을 막는 '애국 기업'으로 언급될 정도다.

그런데 잊으면 안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무찔러야 할 적(敵)으로 인식되는 대표 해외 자본 중국 텐센트가 넷마블과 카카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의 17.7%, 카카오 지분의 6.7%를 갖고 있다. 카카오의 2대 주주, 넷마블의 3대 주주가 텐센트인 것이다. 이는 둘중 누가 인수하더라도 텐센트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텐센트 배후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가 넷마블을 정면 비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넷마블이 그동안 게임산업을 옥죄는 다양한 이슈에는 침묵하면서 정작 '비즈니스' 목적인 넥슨 인수에 대해서는 '게임산업을 살리기 위한 애국 행위'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넷마블이 정작 국내 게임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 개정 등에는 그토록 무신경했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위 학회장은 우선 텐센트의 지분을 언급하면서 "(텐센트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 텐센트가 넷마블에 투자한 5000억원(지분)은 이해관계를 초월한 국적 없는 무색투명한 자본인가"라고 반문했다. 넷마블이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하겠다고 했지만 2대 주주인 텐센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평가해서다.

그러면서 그는 "그냥 자사 게임사업과의 시너지가 목적이라고 소박하게 말하면 된다"며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설명하는 게 맞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단독 인수를 추진하면서 게임산업의 미래를 언급하지 않은 카카오가 넷마블보다 훨씬 솔직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위 학회장의 지적과 달리 텐센트의 입김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텐센트가 직접 컨소시엄을 꾸리지 않는다면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투자를 한 회사의 자회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사실상 한계가 있다"면서도 "텐센트가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중 다양한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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